[기고]'인도.태평양의 관문' 아세안 한류의 재발견

머니투데이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 2022.12.05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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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모꼬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이상화 시인의 '나의 침실로'에서 "마돈나 지금은 모든 모꼬지에 다니노라..."로 등장하여 유명해진 말이다. 사전에서는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로 풀이되어 있다. 한때 대학가에서는 MT를 대체하는 우리말로 널리 사용된 적이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 사업 중에 '모꼬지 대한민국'이 있다. 이는 해외 한류 애호가들과 함께 한식, 미용, 패션, 놀이 등 한국의 다양한 생활문화를 배우고 즐기는 축제로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해외 한류 팬들이 함께 모여 한류콘텐츠를 누리는 잔치마당이니, '모꼬지'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영어 표기도 'Mokkoji'를 사용하고 있다.



첫해에는 카자흐스탄, 미얀마, 필리핀 3국을 주빈국으로 선정했고, 이듬해에는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가 대상국이 되었다. 코비드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조회수 200만회를 돌파하는 등 상당한 반응을 얻었다. 올해에는 우즈베키스탄과 말레이시아가 주빈국으로 선정되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현지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이 중 말레이시아에서는 직접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11월 '모꼬지 대한민국' 행사가 열린 쿠알라룸푸르 국제무역전시센터(MITEC) 현장에는 개최국은 물론 인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서 행사장을 찾아 온 팬들로 붐볐다. 행사장에는 <옷소매 붉은 끝동>, <갯마을 차차차> 등 K-콘텐츠에 등장하는 한국 생활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한복은 물론 K드라마에 나오는 교복까지 큰 인기를 끌었고, 팬들은 인증샷을 공유하며 한국문화 체험에 대한 즐거움을 나누었다.



진흥원의 사업 중에 인바운드형 문화교류체험축제로 '신한류 문화다리'가 있는데 이는 해당국의 문화를 한국에서 즐기는 방식이다. 2021년의 주빈국은 태국과 몽골, 올해에는 베트남과 카자흐스탄이다. 올해의 경우 10월에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축제가 열렸다. 행사 기간 중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문화부 장관이 함께 참석했는데, 양국의 장관은 베트남의 전통 거리를 재현한 행사장을 둘러보며 앞으로 문화교류에 적극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사업으로 '동반성장 디딤돌 프로젝트'가 있다. 이 사업은 주로 아세안 국가의 신진 아티스트를 초청하여 집중 연수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문화산업 노하우를 공유해 산업적 측면의 문화교류의 판을 까는 사업이다. 지난해엔 베트남의 남녀 밴드 두 팀이 초청되었고, 올해는 태국에서 걸그룹이 왔다. 얼마 전 태국 연수 아티스트인 '로즈베리'가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진흥원이 아세안 국가를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진흥원에서는 매년 '한류현황지수'와 '한류심리지수' 등 '한류지수'를 조사 발표하고 있다. 한류현황지수는 한류의 현재 인기와 대중화 정도를 나타낸다. 전체 18개 조사 대상국 중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등 6개국이 '한류대중화단계'로 분류되어 전년도 조사의 3개국보다 크게 증가하였다. 한류의 성장과 쇠퇴 정도를 의미하는 '한류심리지수' 역시 인도, 태국, 베트남, UAE 등 4개국이 고성장 그룹에 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가 발표한 '2022 K팝 세계지도'를 보면 진흥원의 조사를 재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코비드 팬데믹 이후 지난 3년간 유튜브에서 K팝 아티스트 영상 조회 수는 2.5배가량 증가했다. 조회 국가 수는 117개국에서 131개국으로 늘어났는데,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멕시코, 미국, 필리핀, 베트남, 브라질 순이다. 인도- 태평양 지역 국가에서의 한류를 재인식하게 하는 결과다.

아세안은 인도 태평양으로 하는 길목이자 관문이다. 아세안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으로 가는 핵심적인 루트가 될 것이다. 이들과의 문화적 협력과 연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세안에서 만나 인도양, 태평양으로 가야 한다. 2023년에는 인도, 인도네시아와 각각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진흥원은 새해에도 쌍방교류, 공감한류를 실천적으로 경주할 것이다. 멍석을 깔아주는 진흥원의 모꼬지 사업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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