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하늘 날고, 배터리로 바다 가른다…친환경 추진체 '속도전'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2.12.0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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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에이션이 개발한 전기비행기 앨리스(Alice·왼쪽)와 롤스로이스가 최근 지상시험에 성공한 수소연료 추진 항공기 엔진 /사진=각사에비에이션이 개발한 전기비행기 앨리스(Alice·왼쪽)와 롤스로이스가 최근 지상시험에 성공한 수소연료 추진 항공기 엔진 /사진=각사


항공·해상 분야의 친환경 추진체 개발이 속도를 낸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또는 기차·트램 등에 적용되기 시작한 수소연료전지가 비행기·선박 등에 탑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소·배터리 경쟁력이 높은 한국 주요 기업들의 핵심 판로로 급부상 할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기차 등 육송을 제외한 이동 수단 가운데 가장 빠른 탈탄소 움직임을 보이는 분야는 항공기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에비에이션(Evivation Aircraft)은 10월 9인승 전기비행기 '앨리스(Alice)'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앨리스에 앞서 영국의 롤스로이스(Rolls-Royce)가 순수 전기비행기 개발에 성공하고 개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중량이 높다. 기체를 띄우기 위해선 전기차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배터리가 탑재될 수밖에 없어 효율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에비에이션은 시험비행 이전에 이미 독일 DHL과 앨리스 12대 판매계약을 체결했으며, 시험비행 이후에는 호주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Air Services)이 20대를 주문했다.



롤스로이스는 전기비행기 단점으로 지목된 효율성 제고를 위해 수소추진 비행기 개발에도 시동을 건 상태다. 최근 영국 저비용항공사(LCC) 이지젯과 공동으로 수소연료 추진 항공기 엔진 지상 시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탈탄소 항공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선박 분야에서도 수소·배터리 바람이 거세다. 이 분야는 국내 조선사들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등록된 한국의 친환경 수소선박 관련 특허는 560건이다. 국내 3대 조선사가 특허 보유 1~3위에 올랐다.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회사는 대우조선해양(182건)이며, 2위는 삼성중공업(125건)이다. 이들은 중국 전체 조선사가 보유한 특허(124건)보다 많은 특허를 보유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최초로 추진되는 한국형 수소연료전지 예인선 개발사업자로 선정될 정도로 관련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국내 조선사 최초로 '액화수소 연료전지 선박 추진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DNV로부터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이들은 수소연료전지 전문기업 범한퓨얼셀과 주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국내 수소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한다.


113개의 수소선박 특허를 낸 한국조선해양은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바나듐이온배터리(VIB)를 개발한 스탠다드에너지와 함께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면서 두산퓨얼셀·쉘(Shell)·하이엑시엄 및 노르웨이 선급 DNV 등과 손잡고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실증도 추진한다. ESS를 이용한 전기추진 선박은 아직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최근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로 개발한 선박용 전기추진솔루션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해외서 추진되는 수소·배터리 기반의 비행기 개발과, 국내 조선사가 선도하는 수소·전기 추진 선박은 국내 다른 기업의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수소생태계 확장에 적극적인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롤스로이스와 근거리 항공체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차가 강점이 있는 수소연료전지 추진시스템의 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배터리업계 실익도 예상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상황에서 항공기·선박 분야로의 수요 확대가 기대돼서다. 한국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 파트너십을 맺은 르노그룹은 지난달 에어버스와 차세대 비행기 배터리 기술 고도화 연구협약을 체결했다. 양사의 실증 과정에서 국내 배터리 회사들에 협력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진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항공·선박 등의 경우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고성능·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에 관심이 높다"면서 "시험 과정에서 사고가 나게 되면 전기차 시장에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당장은 참여를 자제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차를 이을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배터리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CATL은 선박용 배터리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의 2일 보도에 따르면 CATL은 해양용 배터리 전문 자회사 'CATL전기선박기술'을 설립했다. 차이신은 CATL이 현재까지 약 100여척의 선박 배터리를 공급했으며, 이번 자회사 신설을 계기로 보다 고용량의 선박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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