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출품 학생을 금상 수상자로 결정한 올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대회결과 공고. 지난해와 달리 수상자 이름과 소속학교를 밝히지 않고 접수번호만 적어놓은 공고를 올렸다/사진= 진흥원 홈페이지 캡쳐
그랬던 진흥원이 올해 수상작 공고에서만 이름과 학교명을 뺀 조치에 대해 어떻게 봐야할까. 대개 기관·단체나 회사 등에서 매년 반복하는 행사라면 항상 쓰던 '서류양식'을 쉽게 바꾸지 않는단 점을 고려해보면 이상한 점이 분명히 있다. 굳이 수고롭게 수상작을 알리는 공고 양식을 바꾼단 건 일반적인 상황에선 잘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답변은 믿기 어렵다. 우선 지난해와 올해 사이에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특별한 법령 개정은 없었다. 게다가 진흥원은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식 블로그에 지난해 수상자의 이름과 소속학교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 공모전 참여를 독려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올려 놓고 있다.
'윤석열차'를 두고 시민단체 일부는 아직도 이슈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흥원에 경고하고 관련 조치를 내린 것을 문제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진흥원의 책임에 대해선 왜 입을 닫는지 궁금하다. '윤석열차' 논란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고등학생이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 교내에서 지도교사와 함께 준비하고 작품을 제출해 심사를 받고 금상을 수상하는 과정에서 '어른'들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숨기고 관여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지난 2021년 9월 공고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제22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숭자 명단. 이름과 학교명이 공개돼 있다./사진=진흥원 홈페이지 캡쳐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은 '오페라 나쇼날레 발릴라'라는 선전용 파시스트 청소년 단체를 만들어 어린 청소년들을 정치 싸움에 동원했다. 이를 본 따 히틀러도 '유겐트'를 만들어 권력 유지를 위해 써 먹다 급기야 2차대전 말기엔 전선에 내몰았다.
파시스트 정권 뿐만 아니라 공산정권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소련은 '콤소몰'이라는 청소년 정치조직을 만들어 공산당원 양성에 나섰다.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에서 써먹은 '홍위병'도 마찬가지다.
현대사에서 어른에 의해 정치에 동원되던 청소년들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청소년의 순수함을 정치투쟁에 이용해보려는 악한 의도로 접근한 어른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순수예술을 관장하고 특히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창작대회를 주관하는 기관의 수장은 정치권 인사가 맡아선 안 된다. 예술은 예술인에게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자.
유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