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시민연대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쳐
죽전 뿐 아니라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경기도 시흥시 배곶동, 경기 김포시 구래동 등 수도권 일대에 건설이 추진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는 "암 유발 전자파 우려, 데이터센터 물러가라"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 지자체들은 세수확보, 관련기업 유치와 인력 채용 등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춘천에 이은 제2의 데이터센터를 용인시 기흥구에 지으려다 주민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뒤 데이터센터 부지 공개모집에 나섰다. 이후 2019년 세종시가 9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낙점 받았다. 이밖에 강원 춘천시·평창군, 전남 순천시, 새만금개발청, 지방 지자체들이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 등을 내걸고 데이터센터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비(非) 수도권 지자체들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정작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수도권을 떠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옛 서울외곽순환도로) 바깥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망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 바깥으로 나가면 기업·기관 고객확보가 어려워질 뿐더러 투자자들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장사 기준 70% 이상, 주요 공공기관 중 44%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이는 수도권 데이터센터 몸값이 치솟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같은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데이터센터연합회는 지난해 9월 성명서를 통해 "(법 시행시) 수도권에 영향평가 대상 기준 미만의 소형 데이터센터를 더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동시에 비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이터센터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 데이터센터 1곳이 수도권 바깥으로 100㎞ 이전할 때 △통신망 회선요금이 연간 50억원 늘고 △업계 전반에 걸쳐서는 연간 9600억원의 추가비용 요인이 생기며 △20년인 데이터센터 수명주기를 감안한 추가 비용이 장기간 19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려면 결국은 비수도권에 짓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업·기관 등 고객군의 지역 분산, 지역 에너지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데이터센터만 지방에 달랑 지을 수는 없다"고 했다.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및 확충은 단편적인 대책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준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데이터센터 1곳이 중소도시 1곳 이상의 전기를 소모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충남 공주시와 같은 도시가 100곳 정도 늘어나는 셈"이라면서 "현재의 발전용량과 송전 인프라 등으로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발전 등 전력인프라 확충과 데이터센터 공급 확대, 기업·기관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조율하는 종합 경제개발계획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공급 인프라 확충 방안으로는 향후 SMR(소형모듈원자로) 활용을 제시했다. 기존 원전에 비해 규모는 현저히 작으면서도 높은 전력출력이 가능한 만큼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그만한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원자력 발전까지 언급되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이 기업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요소여서다.
일각에서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구축 자체가 돈이 상당히 많이 들기 때문에 중견·중소기업은 다른 민간업체의 데이터센터를 활용하거나 데이터센터 설비 상당 부분을 선점한 국내외 클라우드 업체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현재처럼 AWS(아마존웹서비스) 등 해외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게 되면 한국의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외국기업에 국부가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라며 "독립성·자립성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국내기업들이 주축이 돼 건립하는 데이터센터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10월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이후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데 대해서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안전 관련 부분은 최대치로 강조해야겠지만 규제와 성장은 상충되는 개념임을 유의해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로 데이터센터 산업이 불필요하게 위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