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 가뭄에 시달리는 게임업계가 근로제 유연화를 호소하고 있다. 신작 출시를 앞두거나 이용자 민원에 적극 대응해야하는 비상 상황임에도 인력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호소에는 고숙련 인력의 집중 근로가 필요할 때, 제조업처럼 무작정 고용을 늘린다고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는 현실적 배경도 있다.
신작 일정 밀리면서 주가도 '바닥권'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대작 게임으로 기대를 모으던 엔씨소프트의 TL, 펄어비스 (46,050원 ▼100 -0.22%)의 붉은사막 등은 출시 일정이 연기되면서 각각 내년과 내후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마저도 각 업체에서는 시기를 확정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래 먹거리'를 담당할 신작 출시 지연에 각사 주가도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게임업계 간담회에서도 주52시간제 개선요구가 이어졌다. 이들은 비단 신작 출시만이 아닌, 대규모 버그 발생 등 이용자 민원이 폭주하는 시기에도 유연한 근로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했다.
초보 고용 늘린다고 버그 잡지 못해

이용자 민원 발생 등의 돌발상황 대처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출시한 게임이나 서비스에서 대규모 장애가 발생할 때는 소수의 당직 인력만으로 해결하기가 힘들다. 게임은 아니지만,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로 각종 서비스가 먹통이 됐던 카카오 (64,000원 ▼700 -1.08%)의 경우 전 부문 직원들이 긴급히 출근해 판교 카카오아지트에 밤새 불이 켜진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근로시간을 정해놓지 않는 재량근로제 역시 업무지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IT 업종에 대입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평상시 자유로운 업무 형태를 띄다가도 집중이 필요한 시기에는 명확한 방향성과 지시 아래 고숙련 인력들이 일사불란하게 집중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IT업계의 특징"이라며 "다른 업계와 근로제도를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장근로, 1주 12시간 대신 1달 52시간으로 바꿔야"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근로시간 유연화가 자칫 1주일 안에 한 달의 모든 연장근로를 쏟아붓는 '주 90시간 근로'와 같은 극단적 형태로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이는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등의 제도적 장치 덕분에 실제로 나타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다만 노조가 없고, 이미 존재하는 근로기준법 등에 대한 위반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중소 사업장에서는 이 같은 근로제도 유연화 방안이 과거 악용되던 '크런치모드'를 다시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근로제도를 개선하더라도 11시간 연속 휴식 등을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감시 및 처벌을 강화하는 투트랙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