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알면 '진짜' 명품 아니야"…울트라럭셔리 명품 뜬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12.0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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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명품 구매 일상화…'차별화 욕구' 따라 울트라럭셔리 명품 인기 더욱 높아져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명품 브랜드 가격 인상이 또 다시 줄을 잇는 가운데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이 주요 제품 가격을 10% 인상했다. 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시민이 '디올'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2.07.05.[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명품 브랜드 가격 인상이 또 다시 줄을 잇는 가운데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이 주요 제품 가격을 10% 인상했다. 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시민이 '디올'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2.07.05.


"네가 알면 '진짜' 명품 아니야"…울트라럭셔리 명품 뜬다
각 백화점 앞 매일 같이 오픈런(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는 것)이 이어지면서 명품백, 명품 시계, 명품 주얼리를 보유하는 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결혼 전 혼수를 위해 구매하던 것들을 이제는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매년 백화점의 럭셔리 명품 판매 매출은 늘어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3분기 명품 장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지난 2분기 명품 장르 신장률(19%)을 웃도는 수치다. 롯데백화점도 명품이 포함된 해외패션 장르 매출이 같은 기간 19.0% 증가해 2분기 신장률(17.9%)을 뛰어넘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명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명품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네가 알면 '진짜' 명품 아니야"…울트라럭셔리 명품 뜬다
3분기 백화점 4사는 모두 두자릿 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고 영업이익 역시 견고한 흑자를 보였는데, 꺾이지 않고 늘어나는 명품 수요가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 롯데백화점은 3분기 매출액은 전년비 17.3% 늘어난 7689억원을 내고 영업이익은 108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년비 19.8% 늘어난 609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1094억원으로 50.5%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은 3분기 13.2% 성장한 56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4.6% 성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도 매출은 5% 늘어난 126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13%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만 국한하는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 등 경기침체 우려에도 세계 각국의 명품 수요가 꺾이지 않으면서 주요 명품 기업들의 실적도 날개를 단 듯 고공행진하고 있다. 루이비통, 디올 등이 속한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는 3분기 매출이 전년비 19% 늘어난 197억6000만 유로(약 2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이 전년비 28% 증가한 565억 유로(77조 4185억원)를 나타냈다. LVMH 관계자는 무디데이빗리포트에 "지역별로는 유럽, 미국, 일본에서 특히 현지 고객들의 견고한 수요와 해외 관광객의 구매가 이어지면서 크게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롤렉스 매장의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2022.1.10/뉴스1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롤렉스 매장의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2022.1.10/뉴스1
재미있는 점은 이처럼 명품 구매가 일상화되고 빈번해지면서 오히려 기존에 명품이라고 불리던 것들의 구매를 꺼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젊은 신흥 부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들은 더 이상 명품 가방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이들을 만족시키는 건 '울트라 럭셔리'라고 불리는 브랜드들이다.



중국의 패션 명품 전문 매체 징데일리는 지난 10월10일 '울트라럭셔리 브랜드가 중국을 정복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흥 부자들은 더 이상 모노그램 가방이나 잇백(it bag) 등을 구매하기 보다 좀 더 초호화 상품의 구매를 추구한다"고 전했다. 즉 세간에 너무 알려진 브랜드보다는 조금 덜 알려진 브루넬로 쿠치넬리, 스테파노 리치, 로로피아나, 델보 등의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바이럴을 한다기보다는 최상위층을 대상으로 조용한 마케팅을 구가한다. 이를 통해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최근 10년간 중국에서 매출이 8배 늘었다.

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11.0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11.0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전세계적으로도 일반 명품과 울트라 럭셔리를 구분하려는 움직임은 확연하다. 글로벌 은행 HSBC의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 에르완 람보우의 '블링 다이너스티'에 따르면 울트라 하이엔드에는 레브 레비에프와 그라프가 속한다. 그 아래 슈퍼프리미엄에는 에르메스, IWC, 반클리프아펠, 해리 윈스턴 등이 위치한다. 한 단계 낮은 프리미엄코어에는 쇼파드, 까르띠에, 벨루티, 롤렉스, 오메가 등이, 그 아래 등급 프리미엄 코어에는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이 자리했다.

명품의 구매 욕구 자체가 차별화 욕구에서 나오는 만큼 앞으로 울트라 럭셔리 명품의 인기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학자 겸 경제학자인 토스타인 베블렌에 따르면 사회 계층에 따라 욕구는 상류층들이 가지는 차별화 욕구와 중하위 계층의 상류층에 대한 모방 욕구로 분류된다. 즉 대중들의 명품 구매가 늘어날수록 상류층들은 차별화 욕구에 따라 더더욱 대중들의 접근이 어려운 울트라 럭셔리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볼 수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 부첼라티 /사진=부첼라티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 부첼라티 /사진=부첼라티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 울트라 럭셔리 명품 유치에 노력을 기울인다. 명품으로 유명한 양대 산맥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좀 더 프리미엄 코어의 일반적 명품 유치에 특화돼있다면, 갤러리아백화점은 '국내 유일'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 입점'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예컨대 그라프는 서울신라호텔에 이어 백화점에는 유일하게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에 위치한다. 부첼라티 역시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에 자리를 잡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더욱 고급지고, 더욱 희소할수록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당분간 이 같은 트렌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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