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여러개 돌려도 잡힌다"...경찰, 보이스피싱 新수사기법 발굴

머니투데이 박상곤 기자, 박수현 기자 2022.12.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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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김호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단장이 1일 오전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이 연루된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법죄에 사용된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김호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단장이 1일 오전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이 연루된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법죄에 사용된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마약사범과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보이스피싱 조직이 정부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에 붙잡혔다. 합수단은 계좌 지급정지 자료를 활용해 범행에 이용된 계좌를 한 번에 특정하는 새로운 수사기법을 발굴하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활용한 신종 피해금 세탁 방식도 확인했다.

합수단은 1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이스피싱 조직 국내외 총책 등 30명을 입건하고 그중 8명을 구속 기소,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에 검거된 중국 '오더집' 총책 A씨(35)와 B씨(37)와 국내 총책 C씨(39) 등은 2013년 9월부터 지난 6월까지 대출 사기형 보이스피싱 등으로 국내 피해자 23명을 속여 약 9억5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오더집이란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콜센터로부터 피해자 정보 등을 전달받아 현금수거책에게 피해금 수수 등을 지시하는 조직이다.

A씨 등은 편취한 금액을 명품 등을 구입하는 데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을 사칭해 1차 현금수거책으로부터 피해금을 갈취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합수단은 중국 국적의 A씨와 B씨에 대해 지난달 28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및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하고 C씨를 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 18개를 제공해 피해자 8명으로부터 약 4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대포통장 유통총책 D씨(51)와 E씨(41), 대포통장 명의자 F씨(62) 등도 검거했다.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 중엔 부산의 조직폭력배 '동방파' 두목과 '칠성파' 핵심 조직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포통장을 알선하고 대포폰 유심칩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합수단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 총책과 공모해 대출, 재테크, 자녀납치 등 다양한 유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오랜 기간 함께 필로폰 투약·수수 등 마약범죄도 함께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은 체포현장에서 마약사범 2명을 적발하고 필로폰과 주사기 등을 압수했다.

합수단은 검거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10여년간 알고 지낸 지인들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범죄를 저지른 데 특이점이 있다고 봤다. 합수단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개 엄격한 상하관계와 규율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건은 2013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들끼리 일상생활 속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이전 보이스피싱 범죄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 7~8월경 2차 현금수거책이 1차 현금수거책에게 현금을 전달해주는 과정에서 적발된 불구속 송치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면서 밝혀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송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차 현금수거책이 1차 현금수거책의 동선을 모두 파악하고 있던 점을 포착했다"며 "동선을 안다면 중국 콜센터나 오더집 정보를 직접 받는다는 걸 반증하므로 통신내역,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포통장 지급정지 자료 활용…"향후 신속·효율적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기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대포통장 및 OTP./사진=박상곤 기자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대포통장 및 OTP./사진=박상곤 기자
이번 사건에선 대포통장의 지급정지 자료를 활용한 새로운 수사기법이 쓰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고자 대포통장을 5~6개씩 이용하며 피해금을 세탁한다. 과거 이런 경우 단순 계좌추적 방식으로는 영장을 여러 차례 받아야 해 최종 인출 계좌를 특정하는 데에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합수단은 계좌추적 영장으로 확보한 지급정지 서류와 금융감독원의 지급정지 계좌 공시 제도를 통해 피해금 세탁 계좌 및 이체 내역을 한 번에 역추적하는 새로운 수사기법을 활용했다. 이러한 수사방식을 통해 합수단이 추가로 특정한 금액은 6200만원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신고했을 때 피해구제 신청서와 지급정지 의뢰 신청서를 확보하면 이체내역을 역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시도했다"며 "여러 대포통장을 활용해도 결국 수사를 통해 검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삼 합수단장은 "최종 은행이 이체 보유내역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금감원 지급정지 내역을 통해 이체 내역을 한 번에 확인하고 피해금을 추가 특정했다"며 "이 수사기법을 보이스피싱 수사의 '리딩 케이스'로 활용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또 합수단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금 세탁 방식을 확인했다. 합수단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약 2000만원을 코인으로 환전해 해외 송금하는 자금 세탁 방식을 적발하고 관련된 4명을 기소했다.

김 단장은 "전국에 피해자들이 흩어져 있어 보이스피싱 조직 전모를 밝히지 못한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며 "국민을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합수단은 지난 7월29일 공식 출범했다. 김호삼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55·사법연수원 31기)가 단장을 맡고 산하에 6명의 검사가 배치됐다.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기관도 참여해 총 5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합수단은 이날까지 93명을 입건하고 20명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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