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DS(반도체) 부문의 대졸 초임만 150만원 인상된 일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외 사업 부문의 초임은 그대로 유지됐다. DS 부문의 대졸 초봉은 5300만원, 다른 곳은 5150만원이다. 지금까지 사업 부문별로 보너스나 일부 복지가 차등 지급된 사례는 있으나 초임이 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S 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경쟁사들이 잇따라 초봉을 인상해오고 있다"면서 "반도체 외에 다양한 사업부를 갖추고 있고, 전 사업부 일괄로 초임을 인상해온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를 따라가기 부담스러웠던 상황"이라 말했다.
이번 초임 인상은 경계현 사장(DS 부문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전날 임직원 소통 채널인 위톡에서 임금체계 변동을 새로운 변화이자 성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한 이후로 DS 부문 임직원들에게 총보상우위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업계 최고 기업다운 처우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이번 초임 인상 건으로 삼성전자 내 사업 부문별 차등화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앞두고 있는 내년도 연봉인상 베이스업(기본 인상률)을 비롯해 복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차등이 나타날 수 있단 얘기다. 경 사장도 이번 대졸 초임 인상 폭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내년 임금인상 협의 등을 통해 보충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직원은 "임직원 단합이나 DS 부문이 아닌 직원들의 1등 기업인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자부심에 생채기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종속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사업부별 거래가 적지 않을뿐더러 최근 부서 간 협업도 늘어나는 추세란 지적이다. 대졸 공채를 진행하는 경우 DS 부문을 제외한 사업 부문의 지원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DS 부문, DX(디바이스경험·세트사업) 부문 등의 반발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DS 부문에서 올해 내 추가 보상금을 계획했으나, 다른 사업 부문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앞서 경 사장은 지난 9월 "10월쯤 추가 보상에 대해 정리한 다음 답변을 드리겠다"고 DS 부문 임직원에게 밝혔으나, 전날 위톡에서는 연내 추가 보상금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