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비자 '토요타' 버리고 '현대차·기아' 탄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2.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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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소비자 '토요타' 버리고 '현대차·기아' 탄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1~9월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을 제패 중인 일본 브랜드의 충성 고객들이 현대차 소비자로 유입되는 등 미국 내 지위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1~9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4%, 기아의 점유율은 5%를 기록하며 각각 공동 4위, 단독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점유율 65%의 테슬라, 2위는 7%인 포드가 차지했으며 쉐보레가 현대차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점유율은 9%로, 테슬라에 이은 2위다. 폭스바겐그룹은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각각 점유율 2%, 총 4%를 기록하며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테슬라가 없는 양산 전기차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가 합산 점유율 35%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위는 포드(28%), 3위는 쉐보레(16%), 4위는 폭스바겐(8%)이다. 브랜드 별로는 기아(19%가 포드에 이어 2위를, 현대차(16%)는 4위를 기록했다. 모델별 판매량을 보면 상위 10위권에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각각 7위, 8위를 차지했다. 1~5위 중 4개가 테슬라 차량이며 포드 마하E가 2위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에서 판매량 1만대를 넘긴 전기차는 단 10종으로, 아이오닉5와 EV6는 각각 약 1만8000대가 판매됐다. S&P글로벌모빌리티는 "포드, 쉐보레, 닛산 등으로 대표되던 주류 브랜드에 현대차·기아, 폭스바겐의 새 전기차가 합류했다"며 "현대차·기아와 폭스바겐의 경우 (부품) 공급난과 전기차 배분 문제가 낮은 판매량에 영향을 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생산 없이 한국서 수출로만 전기차를 판매한다. 유럽과 한국 등에도 전기차를 판매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정된 전기차 수량을 배분해야 하는데, 여기에 공급난 등 악재가 겹쳤음에도 판매량 상위권에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이오닉5을 구매한 미국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기존에 일본차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S&P글로벌모빌리티는 브랜드 충성도를 측정하기 위해 '정복(conquest)'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소비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차량과 다른 브랜드의 차량을 구매했는지 파악하고 바뀌었다면 새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를 정복했다고 평가하는 식이다. 아이오닉5의 경우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경향이 강한데도 일본 브랜드를 정복했다는 평가다. 아이오닉5 미국 구매자가 가장 많이 보유했던 차량 상위 5위는 토요타 RAV4, 혼다 CR-V, 마즈다 CX-5, 스바르 포레스터로 집계됐다. 쉐보레 볼트, 지프 랭글러 등 미국 브랜드 차량 구매자도 아이오닉5를 선택했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경쟁자들이 성장하면서 테슬라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테슬라의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65%로, 2020년 79%에서 14%포인트 하락했다. S&P글로벌모빌리티는 "새 전기차들이 테슬라의 점유율을 야금야금 먹고 있다"며 2025년에는 테슬라 점유율이 2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선전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성장 걸림돌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다만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S&P글로벌모빌리티는 폭스바겐이 지난달부터 테네시주에서 ID.4 생산에 나섰다며 저렴한 양산 전기차가 다수 보급돼 미국 전체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기아도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개시하면 전기차 판매량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P글로벌모빌리티는 현대차·기아의 2022~2034년 누적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이 525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폭스바겐, 닛산-미쓰비시-르노얼라이언스, 혼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친 수치다. 1위인 테슬라(1115만대), GM(1061만대), 포드(854만대), 스텔란티스(677만대), 토요타(593만대)에 이은 5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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