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금리와 집값, 다른 변수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2022.12.0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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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경제 평론가이종우 경제 평론가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한 달 동안 3% 가까이 하락했다.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규제완화에 나섰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이 집값하락의 주범이라고 얘기한다. 한국은행이 연초 0.5%였던 기준금리를 3.25%까지 인상하는 바람에 대출비용이 늘어 집값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그럼 금리인상이 끝나면 부동산 가격하락이 멈출까.



금리인상 마무리가 집값하락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금리인상이 끝난 후 곧바로 인하가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으로는 금리인상이 끝난 후에도 상당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금리가 4%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형태가 될 텐데 이렇게 되면 고금리로 부동산 매입시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2000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두 번의 저금리 정책을 폈다. 2001년에 시작된 첫 번째 금리인하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 2008년 시작된 두 번째 금리인하도 인플레를 가져와 연준의 신뢰에 먹칠을 했다. 두 번이나 실패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금리를 내릴 때 신중히 행동할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년에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금리인하를 한다면 이는 전제조건이 충족된 이후다. 경기가 아주 나빠서 사람들이 중앙은행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채근이 있어야 한다. 이런 형태의 금리인하가 부동산시장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경기둔화의 힘이 금리인하의 힘보다 더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높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 부동산은 가격, 경기, 금리, 정책, 소득의 영향을 받는다. 이중 가격의 영향력이 가장 크고 정책의 영향력이 가장 약하다. 집값이 올라갈 때 가격을 잡기 위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처럼 가격이 떨어질 때도 부양정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영향력이 가장 약한 정책으로 영향력이 가장 강한 가격을 잡으려고 하니 번번이 실패하는 것이다. 집값이 적정 수준으로 내려온 후에야 하락이 멈출 수 있는데 지금은 하락 초기다.

내년에 국내외 경제가 좋지 않은 점도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이다. 집값은 경제가 좋을 때 상승한다. 경기가 좋으면 가계의 소득이 늘어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하고 기업의 부동산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년 국내외 경제가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13년간 세상은 낮은 금리와 넘치도록 많은 돈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덕분에 돈을 싸게 빌려 쓰면서 살아왔는데 가계와 기업 등이 정부와 중앙은행만을 바라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런 상태에서 한 해 동안 금리를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올렸다. 그 후유증이 경기침체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정책이 강했던 만큼 침체도 심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은 성장둔화와 높은 금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간이다.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집값이 좋았던 적이 없다. 최소가 현상유지고 다수는 큰 하락이었다. 이번에는 예년보다 경기둔화와 금리상승이 더 심할 가능성이 있다. 변화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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