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대기업, 이제야 비건 브랜드 출시한 이유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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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알피스트/애경산업애경 알피스트/애경산업


국내 뷰티 대기업들이 비건브랜드 양성에 나서고 있다. 식물성 원료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이 수입 화장품 제품에 대해 동물을 활용한 안전성 실험을 하는 '동물실험'을 원칙으로 하는데다, 비건 브랜드 인증을 받으려면 브랜드 전체를 비건으로 일괄 적용해야 문제가 남아있어 '빅브랜드'의 비건 전환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자연주의 헤어케어 브랜드 '알피스트'를 비건 퍼스컬케어 브랜드로 재탄생시킨다. 애경산업에서 비건 브랜드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피스트는 2016년 에델바이스, 알파인 웜우드 등 알프스에서 재배된 식물을 주요성분으로 활용하고, 주의성분을 배제하는 자연주의 브랜드로 출시됐다. 최근 비건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브랜드로 전 제품에 한국 비건 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알피스트는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샴푸 3종, 트리트먼트 1종을 내놓고 바디 등 퍼스널케어까지 제품 영역을 확대한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자사 화장품·생활용품은 우유, 생선 유래 콜라겐 등 소량 성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며 "알피스트는 보다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비건 인증을 획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지난 6월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프레시안'를 론칭했다. 역시 전 제품 한국 비건 인증원의 비건 인증받은 첫 비건 브랜드다. 프레시안은 쿠션, 립밤, 프라이머, 선크림 등 8가지의 제품을 출시했고 아이 메이크업과 립스틱, 파운데이션 등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포장재는 사탕수수 유래 원료로 만든 바이오 페트 상자를 사용하고 퍼프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드는 등 친환경 요소도 더했다. 비건에 관심이 높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첫 판매처를 온라인 셀렉트샵 29CM(무신사)로 정한 뒤 카카오선물하기, 마켓컬리, 올리브영 등으로 넓혔다.



LG생활건강 프레시안/LG생활건강LG생활건강 프레시안/LG생활건강
그동안 중소 화장품 기업들이 우후 죽순으로 비건 브랜드를 출시했던 데 비해 대기업들은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마케팅 문구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연주의'와 달리 '비건'은 공식 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데, 만약 비건 브랜드를 표방하려면 브랜드 내 전 품목이 비건 인증을 받아야 하는 까닭이다.

현재 국내 비건 인증기관은 한국비건인증원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화장품 표시·광고를 위한 인증·보증기관'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이를 활용한다. 인증 유효기간은 보통 1~2년이다. 만료 후에는 품목별로 인증을 다시 받아야만 비건 브랜드로 광고할 수 있다.

한 두 품목으로도 브랜드를 출시하는 중소기업들과 달리 브랜드 안에서도 여러 라인을 운영해야 하는 대기업으로써는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든다. 때문에 비건 브랜드가 사실상 없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브랜드 홍보를 포기한 채 개별 브랜드 내 일부 제품에 한해서만 비건 인증 받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가장 큰 화장품 시장인 중국이 여전히 일부 화장품 품목에 대해 동물 실험을 요구하고 있는 비건 브랜드를 전폭적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 5월 메이크업, 향수, 헤어 등 일반 화장품에 대해서는 동물실험 의무를 폐지했지만 미백, 기미제거, 자외선 차단, 탈모방지 등 기능성화장품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유지하고 있다. 동물실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비건 소비자를 겨냥하려면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한단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사실상 모든 제품이 동물실험을 하지 않지만 중국에 수출되는 일부 제품은 밴더를 통해 중국에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만큼 비건 빅브랜드 출현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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