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GRC 완공을 앞두고 일부 계열사 입주가 시작됐다. 현대일렉트릭, 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의 입주가 지난주 이뤄졌다. 마무리 공사를 마치는대로 지주사 HD현대를 비롯해 한국조선해양·현대제뉴인·현대오일뱅크 등도 이전할 계획이다. 총 17개 계열사 연구개발(R&D)·엔지니어링 인력 5000여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GRC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신기술 역량을 결집해 기술경영을 펼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100년 기업으로의 새로운 도전과 도약의 장소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이곳에서 사상 첫 조선 3사 공동파업을 예고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3사 노조가 파업의 예고편 격인 공동 결의대회를 이곳에서 개최했다.
3사 노조는 공동교섭권을 인정할 것을 주문하면서 △기본급 14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15만4000원) △노조의 노동이사제 추천권 도입 △치과 보철치료비 연 100만원(2년 적치) △부모 육아휴직 시 평균 임금의 20% 지원 △중고생 자녀에 대한 교육보조금 분기당 40만원 △개인연금 통상임금 3% 지원 등을 요구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요구안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를 모두 수용하면 회사의 고정지출금액이 연간 25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으로 대표되는 경기 불안 상황에서 회사에 과도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됐다. 3사 공동교섭 역시 노조의 영향력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걱정을 낳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노조에 △기본급 8만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등을 약속하고 △정년 후 기간제 채용 인원 대폭 확대 △퇴직 후 2년 근무 기회 제공 △주택 융자 원금 상환기간 12년에서 15년으로 3년 연장 등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노조가 요구한 치과 보철치료비와 만 40세 이상 배우자의 검진 비용 지원도 확대한다는 제시안을 마련했다.
금년도 임단협을 위해 수십차례 만났지만 아직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최근 진행된 29일 협상에서 노조가 임금인상 수준을 10만원대까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공동교섭 요구안을 끝내 고집해 최종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달 1일 예정된 만남에서 추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조선 3사 노조는 통합파업 등을 통해 압박의 강도를 차츰 높일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와 매일 집중 교섭을 진행하며 접점을 찾고 있다"며 "회사는 열린 마음으로 조합과 소통해 합의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