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난치병 '1형 당뇨' 지연 치료제 FDA 승인...지각변동 생길까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2.11.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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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난치병 '1형 당뇨' 지연 치료제 FDA 승인...지각변동 생길까


유아와 청소년기에 많이 발병해 '소아 난치병'으로 불리는 제1형 당뇨병의 발생을 지연시키는 세계 최초의 치료제가 등장해 관심이 쏠린다. 제1형 당뇨병은 생활습관과 관계 없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 환자는 평생 인슐린을 투약해야 한다. 국내외 업계에서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분야다. 이번 치료제 등장으로 추후 국내 환자의 치료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30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프로벤션바이오는 제1형 당뇨병 발병을 지연하는 면역억제제 '티지엘드'(성분명 테플리주맙)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업계는 이 치료제에 기대를 건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인 사노피가 이 회사 지분을 인수하고 미국 판권을 샀다. 미국 시장 내 판매를 맡는다. 사노피는 미국 외 전 세계 독점 판권에 대한 첫 협상권 비용으로 2000만달러(약 264억원)를 지불했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 내 면역체계 문제 때문에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는 병이다. 2020년 기준 국내 환자는 4만4552명이다. 전체 당뇨 환자의 5% 미만으로 추산된다. 제2형 당뇨가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제1형 당뇨병은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인슐린 주사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고혈당으로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성 합성증을 일으킬 수 있다.



티지엘드는 8세 이상 1형 당뇨병 초기 환자에서 췌장 베타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과잉 면역반응을 비활성화하고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될 수 있도록 한다. 14일간 하루 1회씩 30~60분에 걸쳐 투약한다. 1바이알(병)당 1만3300달러로, 치료 과정에 총 14바이알이 쓰이는 것을 고려하면 총 약값은 19만3900달러(약 2억5000만원)다.

다만 이 약은 한계가 있다. 효과가 제1형 당뇨병의 발생을 늦추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임상 3상시험에서 1형 당뇨환자 76명의 진행을 약 2년 지연시켰다. 최장 지연 기간은 11년이다. 존 샤레츠 FDA 의약품평가센터 박사는 "이 약은 환자에게 제1형 당뇨병 부담 없이 몇 달에서 몇 년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티지엘드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제약사 입장에서 제1형 당뇨병 치료제의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환자 수(4만4552명)가 적어 시장성이 낮다. 췌장의 유전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질환인데 이에 대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췌장이 내분비·소화 등 여러 기능에 작용하는 데다가 인체 깊숙한 곳에 있어 치료 효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평생 인슐린을 주사하거나 췌장을 이식하는 방법이 전부다. 업계에서는 줄기세포의 가능성을 본다.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는 줄기세포 치료제 후보물질 'VC-02'의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업체들은 제1형 당뇨병에는 관심이 크지 않다. 전통 제약사들은 대부분 제2형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 (111,100원 ▼500 -0.45%)은 개발중인 'DWP16001'이 제1·2형 당뇨병에 모두 쓰일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낮은 시장성 때문에 제2형 당뇨병에 대해서만 임상시험을 했다. 강아지는 주로 제1형 당뇨가 발생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 물질의 반려견용 제1형 당뇨치료제 개발을 추진중이다. 삼천당제약 (103,800원 ▼4,700 -4.33%)은 제1·2형 당뇨병 환자 모두 복용할 수 있는 경구(먹는) 인슐린 물질 'SCD0503'의 임상시험을 지난해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아직까지 임상 1상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제1형 당뇨병은 환자 수가 적어 시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2형 당뇨병은 성인 대다수가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이 분야로 쏠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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