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이성민이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연기하는 진양철은 대한민국 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 순양그룹의 창업주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이를 끝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정미소를 차려 이를 기업으로 일궈 재계 1순위로 올려놨다. 강한 정신력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수많은 경제적 기적을 만들어냈다.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장사꾼의 마음이 순양의 지금을 만들었노라 자신 있게 말하는 인물. 무엇보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면 피를 나눈 형제, 자식까지도 가차 없이 내치는 냉혈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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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만 봐도 짐작 가능하듯 ‘재벌집 막내아들’은 인생 2회차를 맞이한 진도준, 그리고 순양그룹을 탄생시키고 이끈 진양철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특히 진도준의 회귀와 함께 1회 말미 첫 등장한 이성민은 짧은 순간에도 압도적인 아우라로 이번 드라마에서 그가 보여줄 존재감을 기대케 한다. 구부정한 어깨와 걸음걸이, 안경 너머 상대를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사 한마디 없이도 시청자를 단숨에 몰입시킨다.
매 회 이야기에서 진양철은 기업 총수만의 단단함과 통찰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다가도 상황에 따라 몸을 낮추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유연함도 보인다. 그 사이사이의 날카로운 표정과 숨소리, 작은 행동 하나,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어법과 사투리 말투 등 실존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를 소화하는 이성민은 매회 시청자를 과거 속 어느 날로 데려다 놓는다. 드라마가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기에, 이성민이 연기하는 진양철이 근현대사의 여러 인물과 연결돼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성민 또한 “내가 연기하는 진양철 캐릭터가 우리 근현대사의 여러 인물이 연상되는 지점이 있길 기대하며 신경 써서 연기했다”고 설명, 이를 십분 활용했음을 밝혔다. 이처럼 여러 실존 인물들이 겹쳐 보임에도 불편하지 않은 건 당연하게도 연기가 바탕이 되는 그이기에, 드라마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이성민만의 캐릭터 해석이 더해져 그야말로 ‘타고난 장사꾼 진양철’에 빠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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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목수는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나무를 다루는 이에게 그만큼 솜씨가 중요하다는 말이자, 어떤 연장을 손에 쥐더라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좋은 배우’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영화와 드라마, 무대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이성민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긴 시간, 묵묵히, 수많은 담금질의 결과로 지금의 그가 완성된 것일 테니.
노사 화합, 생산성 등 정도경영에 대해 말하는 손자 도준(송중기)에게 “내한테는 돈이 정도다”라며 뼛속까지 장사꾼 면모를 드러내던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의 대사를 보며 배우의 정도를 생각해 본다. 감히 필자가 정의 내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 공개된 그의 작품들에서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이성민이 보여준 연기가 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장 이상의, 세월마저 뛰어넘는, 나이마저 연기하는, 그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