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루하루가 아찔한 지하철 출근길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2.12.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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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7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 전동차가 멈춰서자 수많은 사람이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지하철 안은 비좁아졌다. 혼잡도는 여느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첫 날 공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지하철은 정상운행됐고 출근길 '지하철 대란'은 없었다.

하지만 아찔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정상 운행 할 때도 이렇게 혼잡하고 숨이 막힐 것 같은데 출근 시간에 열차가 한 대라도 덜 운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길이 45m, 폭 4m 내외의 약 180㎡(55평) 골목길에 1200여명의 인파가 한 번에 몰리면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이태원참사 직전의 한 장면이 떠올라 가슴을 짓눌렀다.



이태원참사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요 도로인 '이태원로'의 차량 통행을 막고 인도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이태원은 원래 인도가 좁아 이태원로 뒤 좌우 폭 3미터 내외의 좁은 골목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당일에만 약 12만명(연인원)이 몰리다 보니 좁은 골목길이 대규모 인파를 전부 수용할 수 없었다. 결국 병목현상이 가장 심했던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참사 당일 경찰 무전 녹취록을 보면 경찰은 인파를 분산하기보다 사고 직전까지 차도까지 밀려 나오는 시민들을 인도로 올려보내는 데 집중했다. "인도에서 차도 쪽으로 나와서 이동하는 인파들 경고. 호루라기 불면서 전부 다 인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경고하기 바란다"는 식의 지시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 만약 이때라도 차도를 통제하고 시민들의 통행을 차도로 유도했다면 좁은 골목길의 병목현상은 바로 해소됐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원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서울교통공사 파업에도 대비해야 한다. 당장은 대체인력 투입으로 출근길 지하철 정상 운행이 가능하지만, 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출근길 지하철 운행률이 떨어질 경우 바로 인파로 인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버스 임시 노선을 편성하는 등 지하철로 몰리는 인파를 다른 대중교통으로 분산할 방법을 미리부터 고민해야 한다. 지하철 운행상황을 각 기업 등과 공유해 출근 시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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