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내 나라 여행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VR로 각 지역의 여행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3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은 1800만대를 기록한 뒤 2023년 3600만대, 2024년 5700만대 등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2025년 1억1000만대, 2030년에는 10억대에 근접하며 스마트폰 시장(12억대)에 버금가는 규모를 갖출 것으로 추정된다.
XR 시장 확대로 기대되는 하드웨어 혁신은 크게 반도체, 디스플레이, 센싱 부품 등 세 가지다. 이중 디스플레이는 기술 혁신이 가장 많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업계 한 인사는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XR에서 효용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라고 말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로 OLED는) 8K 이상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고 명암비와 주사율도 LCD 대비 뛰어나다"면서 "아직까지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양산한 경험이 없고 절대적 수요가 부족해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향후 주요 세트업체들이 탑재를 시작하면 물량이 늘며 가격도 안정화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특히 애플이 8K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XR 기기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한다면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메타를 포함한 글로벌 IT 업체들이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 해당 기기를 참고해 향후 XR 기기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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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 2022에 전시된 OLEDoS./사진=LG디스플레이 뉴스룸
소니는 애플의 1세대 XR기기 패널 공급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있는 업체다. 2016년 XR 시장을 겨냥해 마이크로 OLED를 개발했고, 2년 뒤인 2018년에는 0.5인치 UXGA(1600x1200) 화질의 제품을 출시했다. 플레이스테이션 등 자체 XR 플랫폼도 갖추고 있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OLED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지난 8월 "VR·AR 시장 대응을 위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2024년부터는 일부 제품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양산 관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바는 없으나 SK하이닉스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SID2022에서 0.42인치 마이크로 OLED를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소니와 국내 업체 간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고 본다. 국내 업체가 제품 양산에 시간적인 여유를 두는 것에 대해서는 XR 기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펴본 뒤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이 소니를 첫 공급자로 선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LG디스플레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삼성디스플레이도 빠른 속도로 추격할 것"이라고 분석한 배경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도 XR 시장을 핵심 산업으로 지정한 정부 지원을 토대로 마이크로 OLED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월 생산 규모 약 5만장 수준의 VR 디스플레이 전용 양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니 LED 라인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2025년 양산이 시작돼 2026년부터 전면 가동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VR기기에서 디스플레이가 핵심 부품인 만큼 중국 정부가 나서서 해당 산업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아직 본격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후발 업체에도 위기이자 기회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