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10년 늘린다" 50억 들여 안마의자 내놨는데…오히려 매출 '뚝'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2.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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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10년 늘린다" 50억 들여 안마의자 내놨는데…오히려 매출 '뚝'


안마의자 제조기업 바디프랜드의 재고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50억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 '팬텀 로보'(Phantom Rovo) 등 신제품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안마의자 시장에서 2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바디프랜드의 제품 재고액은 422억원으로 첫 4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말 기준 상품재고액은 315억원에 불과했지만 상반기에 345억원으로 증가하더니 3분기에 재고량을 대폭 키웠다. 이에 따라 전체 재고자산도 처음으로 600억원을 넘어 644억원까지 불어났다.재고가 증가하면서 손실을 미리 반영하는 충당금 비용도 동반상승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325억원이던 재고 평가충당금은 올 상반기 401억원, 3분기 487억원으로 뒤었다.

바디프랜드의 재고자산 증가는 '팬텀 로보' 등 신제품의 판매저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팬텀 로보는 인간수명을 10년 늘리겠다는 목표로 10년간 50억원을 들여 개발한 바디프랜드의 초대형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양쪽 다리 마사지 부위가 독립적으로 움직여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바디프랜드는 팬텀 로보를 미래 성장동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했다. 각종 광고에 등장시키는가 하면 팬텀 로보 이름을 내건 골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용자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해 건강 서비스로 연결시키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석이었다.
바디프랜드의 신제품 안마의자 '팬텀 로보'./사진제공=바디프랜드바디프랜드의 신제품 안마의자 '팬텀 로보'./사진제공=바디프랜드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650만원의 고가여서 가격 저항이 적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다리 마사지 기능에 소비자의 만족도가 낮다는 게 현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의 평가다. 이런 영향으로 A백화점의 경우 바디프랜드의 달성률(판매 목표치 대비 판매율)은 30~40%에 그치고 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신제품이 소비자의 시선을 집중시켜 매장으로 유도하고, 가격별로 하위제품에 낙수효과가 나타나는 게 그동안 바디프랜드에서 나타났던 판매 패턴"이라며 "이번 신제품에선 이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생활가전을 판매하는 양판업계 관계자도 "팬텀 로보가 고가다보니 리퍼(전시) 제품만 간혹 판매된다"며 "소비자들은 다리 마사지 부위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데 큰 매력을 못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사의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세라젬은 매출 6670억원으로 5900억원대에 그친 바디프랜드를 제치고 처음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올해는 8000억원대를 예상한다. 반면 바디프랜드는 3분기까지 전년도보다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3분기 실적은 매출 1183억원, 영업이익 8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 7.9%, 영업이익 4.8% 줄었다.

대주주가 시장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디프랜드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브라더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지난 7월 최종 인수를 마쳤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하나은행장 출신인 지성규 부회장을 먼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 부회장은 금융권에서만 30년간 몸담은 경력을 갖고 있지만 생활가전이나 렌탈시장은 그의 전문분야가 아니다. 7년간 바디프랜드의 성장을 이끌었던 박상현 대표는 지난달 사임했다.


한편 바디프랜드는 재고자산 급증의 이유를 환율 상승의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재료 금액이 높아졌고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재분류된 기업도 있어 재고자산 금액이 높아졌다"며 "수치상 증가한 것이지 재고수량 자체는 예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지성규 바디프랜드 총괄부회장이 6일 팬텀 로보 기자간담회에서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바디프랜드지성규 바디프랜드 총괄부회장이 6일 팬텀 로보 기자간담회에서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바디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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