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의 재고자산 증가는 '팬텀 로보' 등 신제품의 판매저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팬텀 로보는 인간수명을 10년 늘리겠다는 목표로 10년간 50억원을 들여 개발한 바디프랜드의 초대형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양쪽 다리 마사지 부위가 독립적으로 움직여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바디프랜드는 팬텀 로보를 미래 성장동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했다. 각종 광고에 등장시키는가 하면 팬텀 로보 이름을 내건 골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용자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해 건강 서비스로 연결시키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석이었다.
바디프랜드의 신제품 안마의자 '팬텀 로보'./사진제공=바디프랜드
반면 경쟁사의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세라젬은 매출 6670억원으로 5900억원대에 그친 바디프랜드를 제치고 처음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올해는 8000억원대를 예상한다. 반면 바디프랜드는 3분기까지 전년도보다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3분기 실적은 매출 1183억원, 영업이익 8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 7.9%, 영업이익 4.8% 줄었다.
대주주가 시장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디프랜드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브라더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지난 7월 최종 인수를 마쳤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하나은행장 출신인 지성규 부회장을 먼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 부회장은 금융권에서만 30년간 몸담은 경력을 갖고 있지만 생활가전이나 렌탈시장은 그의 전문분야가 아니다. 7년간 바디프랜드의 성장을 이끌었던 박상현 대표는 지난달 사임했다.
한편 바디프랜드는 재고자산 급증의 이유를 환율 상승의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재료 금액이 높아졌고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재분류된 기업도 있어 재고자산 금액이 높아졌다"며 "수치상 증가한 것이지 재고수량 자체는 예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지성규 바디프랜드 총괄부회장이 6일 팬텀 로보 기자간담회에서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바디프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