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석유公, 스위스서 외화채 발행 성공…공기업 수요 확인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2.11.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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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석유公, 스위스서 외화채 발행 성공…공기업 수요 확인


한국석유공사가 스위스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연말 대부분의 투자자가 북클로징(장부마감)한 상황에서도 한국 공기업 채권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정부는 채권시장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공기업에 해외채 발행을 주문한 상태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전일 스위스채권 시장에서 1억스위스프랑(약 1400억원) 규모의 채권발행을 위한 가격책정(프라이싱) 절차를 마쳤다. 만기 2년물로 쿠폰 금리 2.15%로 책정됐다. 다음 달 중순 발행(입금 절차)이 완료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처음 제시한 가격 범위 내에서 순조롭게 수요예측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석유공사는 다음 달 만기가 예정된 단기 채권 차환에 이번 조달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주간사는 UBS가 맡았다.



한국석유공사의 국제 신용등급은 AA수준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올해 외화채 발행은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스위스시장에서는 2020년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최근 유럽시장이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우량한 신용등급으로 연말 발행에 성공한 것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해외에서 한국 공기업물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올해는 대부분의 해외 투자기관이 일찌감치 북클로징을 하고, 내년을 준비 중이어서 채권발행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한 달 전부터 발행을 위해 계속 시장을 확인하면서 기회를 보고 있었다"며 "물량이 많지 않아 투자 열기를 확인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 공기업물에 대한 견조한 수요는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12월에는 채권 발행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내년 초 외화채 발행을 준비하는 기업에 이번 발행이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채권시장에서는 지난달 주택금융공사가 아시아 최초로 3억스위스프랑(약 42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하면서 한국물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

정부는 최근 채권시장의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한전채 등의 공사채 발행을 줄이고 있다. 대신 공기업에게 은행 대출이나 해외채 발행에 나설 것을 주문한 상태다.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될 가능성도 높다. 한국석유공사의 이번 발행 성공은 다른 공기업에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도 해외 자금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롯데카드는 3억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해외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했다. 앞서 신한은행도 호주시장에서 4억호주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해외 공모채 발행 시장은 사실상 막바지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등으로 한국물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졌으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해외채 발행에 성공하며 한국물에 대한 수요를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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