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폭발하는데도 中 '제로 코로나' 이유, 감염병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이창섭 기자 2022.11.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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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이터=뉴스1) 김정률 기자 =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사 추모 행사에서 사람들이 정부의 코로나19 규제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 흰 종이를 들고 있다. 2022.11.2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중국 로이터=뉴스1) 김정률 기자 =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사 추모 행사에서 사람들이 정부의 코로나19 규제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 흰 종이를 들고 있다. 2022.11.2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이를 고수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의료계에서는 낮은 백신 접종률과 열악한 의료체계 때문에 봉쇄를 풀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봉쇄를 통한 억제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국가감염병대응 자문위원인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의 COVID-19 출구는 없는가'라는 글을 통해 "중국의 출구 전략의 핵심은 억제에서 완화로 이행과 그에 따른 준비"라며 "완화 전략의 핵심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충분한 중환자실의 확보로 정리할 수 있다. 중국은 완화전략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연일 최다 규모의 확진자가 나온다. 지난 23일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가 3만1656명으로 지난 4월 봉쇄 당시 최다(2만9411명) 규모를 넘어섰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

감염병 대응 정책은 크게 억제 전략과 완화 전략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억제 전략은 감염자 수를 감소시키고 유행 자체의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완화 전략은 감염의 전파를 인정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이다.



억제 전략에서 완화 전략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높은 백신 접종률과 의료자원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백신 접종으로 고위험군의 중증화·사망을 예방하고 중환자가 발생할 경우 수용가능한 병상에서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중국은 접종률이 낮은 데다가 중환자 병상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코로나19 백신 '시노백'을 자체 개발해 접종했는데, 지난 8월 기준 중국 60세 이상 중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86%, 3차 접종자는 68%다. 중국 방역 당국은 중환자 병상이 10만명당 4개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최근 백신 개발은 오미크론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중국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업데이트를 실시하지 않았고 60세 이상 고위험군 3차 접종률도 70%에 불과하다. 완화 전략이 시작되면 최소 수백만명 이상의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의료대응역량 역시 아직 모자라보인다"면서 "중국의 중환자병상은 우리나라의 1/3에 불과하다"며 "현실적으로 대규모 유행이 도달했을 때 국가 전체의 중환자 병상을 동원해도 코로나19 중환자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중환자 병상은 시설, 장비 설치보다 유지할 인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라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연스럽게 전파 유행을 통해 획득돼야 할 면역이 중국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백신 접종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국민의 면역이 아주 취약한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백신 접종으로 고위험군의 면역력을 올려주고 단계적으로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억제 전략(봉쇄)을 완화 전략으로 바꾸면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사회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선택지는 '완화전략을 도입하는 것'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남은 방안은 국가의 대응역량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완화전략을 일부분 도입하는 단계적 일상회복 전략"이라며 "하지만 이 또한 큰 위험성이 있다. 코로나19 유행은 매우 큰 불확실성이 있다. 어느 정도의 완화가 얼마만큼의 유행규모로 이어질지 예상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번에 걸쳐 완화로 점진적으로 이행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엄 교수는 "제로 코로나를 완화하면 일정한 피해를 피할 수 없다"며 "상당히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국내 이동을 지속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닐 것이다. 결국은 백신 접종으로 고위험군 면역을 올려주고 단계적으로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일시적인 락다운은 백신 접종을 위한 시간벌기를 위해서라면 말이 될 수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사람들을 집에 가두기만 하는 매우 엄격한 락다운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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