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안사요"…신용스프레드, 금융위기 수준 넘었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2.11.30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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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일반 회사채가 채권시장에서 설자리를 잃고 있다. 국채와의 금리 차가 점점 벌어지며 신용스프레드가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커졌다는 의미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AA- 등급 회사채 간 3년물 금리 격차)는 168.2bp(1bp=0.01%포인트)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29일 172bp와 비슷한 수준이다. 단기시장금리를 대표하는 CP 91일물 금리도 5.51%를 기록하며 연고점 기록을 경신했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질수록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진다. 일반 기업 입장의 신용 위험도를 반영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CP금리는 연초 1.5% 수준이었지만 올해에만 4%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정부가 '50조원+α' 규모 채권시장 안정대책을 내놓는 등 진화에 나서면서 국고채 금리는 3.669%로 연고점(4.548%) 대비 0.879%포인트 내렸지만, 회사채는 5.405%로 연고점(5.736%)과 차이가 0.331%포인트에 불과하다.



연말까지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며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 한전채 대규모 발행, 부동산 경기침체, 가계부채 문제 등 '악재'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국내 신용리스크가 여전하다.

강원도가 지급보장한 레고랜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최종 부도 처리된 지난달 5일 신용스프레드는 141.8bp였다. 신용스프레드가 더 벌어졌다는 것은 이 당시보다 지금 신용리스크가 더 크다는 의미다.

스프레드가 커지는 게 위험한 것은 AA-등급의 회사채마저도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라서다. 또 유동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반 회사들이 높은 금리를 준다해도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환경이다.


정부정책으로 리스크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부동산, 부채 등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직접적인 원인들이 해소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채권시장은 시장 불안이 조금씩 진정되는 모습이나, 단기자금시장은 어려움이 잔존한다"며 "부동산 경기 부진, 연말 자금수급 변화 등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지원으로 당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갈 수 있으나, 단기자금시장에 가시적 성과가 확인되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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