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B국민은행 '은행끼리 사고 파는' 은행채 발행 첫 추진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오상헌 기자 2022.11.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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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은행간 은행채 거래 유인책 마련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첫 발행 준비
은행 유동성 여력확보 시중 적기공급
담합 이슈에 '적격담보 인정' 최대관건

KB국민은행 본점KB국민은행 본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간 은행채 거래 허용을 검토 중인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처음으로 은행채 발행 재개를 추진한다. KB국민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를 다른 은행 등이 인수하는 형태다. 효과가 확인되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29일 금융당국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음달 은행채 발행 재개를 위해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다른 은행이 인수해 주는 은행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 형식의 첫 시도이고 효과가 확인되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도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사모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규모나 발행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방식의 발행인 만큼 발행을 위한 여러 제도적 검토를 진행한 후 발행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시중은행이 한은에 내는 대출 담보물)에 포함해 은행들이 유동성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채가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되면 은행들은 보유한 은행채를 새로 담보로 맡기고 고유동성 자산인 국공채를 찾아올 수 있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맞추기가 훨씬 수월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이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한 은행채는 공모채"라며 "한은이 현재 사모 은행채도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단독]KB국민은행 '은행끼리 사고 파는' 은행채 발행 첫 추진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은행이 타은행 발행 채권을 인수할 수 있느냐는 이슈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문제점을 제거하면서 자금을 유통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모색하고 있다"며 은행권의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경색된 자금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은행권의 자금 조달 루트를 터 주기 위해 은행끼리 은행채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 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로 지난달 21일 이후 한 달 이상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금리 상승에 따른 '역머니무브' 가속화로 시중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화하자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들에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에 나서지 말라며 수신(예·적금 등)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은행채 발행과 예·적금 유입 등 은행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방법이 모두 막힌 셈이다. 은행은 통상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예금을 확보해 자금을 조달한다.

금융당국은 자금시장 유동성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은행들의 난감한 사정을 고려해 전날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를 추가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은행이 은행채를 인수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지 않고도 개별은행들이 보유한 유동성을 은행끼리 안분해 적재적소에 시장에 공급하는 효과를 꾀할 계획이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를 신한은행이 사주면 신한은행에 있는 유동성이 국민은행으로 옮겨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신한은행이 은행채를 발행해 유동성이 넉넉한 다른 은행에 팔면 은행권내에서만 자금이 이동한다.

다만 사모 형태의 은행채 거래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할 수 있어 기술적인 논의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담합 이슈 해소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논의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검토가 됐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신중하게 검토를 거친 후 은행채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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