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통제 위한 '뉴스타트' 협상 갑자기 연기한 러…美 "일방 통보"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11.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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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서 협상 재개 하루 전 돌연 연기…구체적 사유·추후 일정 안 나와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미국과 러시아 양국 간 핵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 협상이 시작 하루 전 돌연 연기됐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게 미국 측 설명인데, 구체적인 연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뉴스타트 양자협의위원회(BCC) 일정이 연기됐다고 이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뉴스타트 BCC는 예정된 일정에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기 사유와 추후 일정은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회의를 연기할 것이라고 통보하면서 새 일정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며 "사찰 재개가 조약 유지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미국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로 일정을 변경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뉴스타트의 중요성을 계속 믿고 있어 BCC를 매우 고대하고 있었다"며 "우리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이번 회의를 왜 연기했는지에 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 단지 우리 양국에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일정이 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트는 1991년 미국과 소련이 맺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후신이다. 2011년 2월 발효했으며,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수준으로 제한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상호 간 핵시설 사찰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10년 기한의 이 협정은 양국이 합의하면 5년 연장된다는 부가 조항에 따라 2026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추가 연장 협상은 답보 상태다. 지난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뉴스타트를 대체할 신규 군비 축소 체제를 협의하자며 조속한 대화를 촉구했지만, 러시아는 지난 8월 미국이 일방적으로 사찰권을 빼앗았다며 핵무기 시설 사찰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핵무기 사찰 문제를 외교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 정책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이 기본적으로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뉴스타트 사찰 활동을 이용해 미국 측이 먼저 손을 내밀길 의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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