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농구 등 스포츠 팀에서 한정된 양으로 제공되는 팬토큰은 팀 굿즈 구매·팬미팅 참여 등 일종의 멤버십 수단으로 쓰인다. 팀 내 주요 의사결정 시에도 팬토큰 보유량에 따라 의사결정 권한 행사 비중도 달라진다. 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해 유벤투스, FC 바르셀로나 등 유명 축구 구단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칠리즈(Chiliz)와 파트너십을 맺고 팬토큰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한 '축구왕' 리오넬 메시는 이적 당시 연봉 일부를 팬토큰으로 지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에 팬토큰 시장이 특수를 맞았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쿠코인이 지난 1~9월 가상자산 투자자 2만180명과 이달 쿠코인 자체 커뮤니티 이용자 80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투자자 중 축구팬의 48%가 팬토큰 거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강력한 월드컵 우승 후보인 브라질 국가대표팀 팬토큰 BFT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지난 10일 0.5달러(약 670원)에서 20일 1.08달러(약 1445원)로 약 115% 급등했다. 축구 강호 스페인 국가대표팀 팬토큰 SNFT도 지난 10일 0.21달러(약 280원)에서 19일 0.53달러(약 710원)로 2배 이상 올랐다.

개인 코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팬토큰 가격 급변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투자자 커뮤니티에선 가격이 급락한 팬토큰을 두고 "아르헨티나 팬토큰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 "칠리즈는 축구 말고는 전혀 호재가 없는 토큰" "월드컵 팬토큰 칠리즈 벌써 끝이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칠리즈가 발행한 동명의 가상자산 가격도 지난 8일 0.29달러(약 388원)까지 오른 뒤 28일 오후 2시 기준 0.16달러(약 210원)까지 내려갔다.
업계에선 팬토큰의 투자 가치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 팬덤 강화 목적에서 벗어나 일종의 '도박'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한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팬심 강화가 목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참여수단"이라면서도 "(월드컵 등) 주요 경기 결과에 따라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는 건 사실상 스포츠토토와 다를 게 없다. 팬덤용 멤버십이라는 초기 활용 목적이 변질된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