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의 '타이지디엔'은 글로벌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에서 53.4%(2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다. 2위 삼성(16.5%), 3위 UMC(7.2%)와도 큰 폭으로 격차를 벌렸다. 중국 반도체 연간 수입액 4320억 달러(약 573조원) 중 30%를 차지하는 대만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로, 중국의 대만 침공시 타이지디엔 공장을 폭파해 대응해야 한다는 언급이 나올 정도로 대만의 핵심 역할을 한다.
외국에서는 'TSMC'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타이지디엔을 향한 대만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TSMC가 신규 팹(공장)을 지을 때마다 인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며, 신규 채용에는 수만명의 인재가 몰린다. TSMC가 미국으로 공장을 일부 이전한다고 발표하자 창업자와 정부 관료가 직접 나서 "탈대만은 없다"고 공언할 정도다. 3분기 매출이 삼성전자를 추월해 세계 1위가 되면서 대만의 콧대는 더 높아졌다.

TSMC가 대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부동산·정치에까지 미친다. 올해 착공한 가오슝시의 2개 팹(7나노·28나노)은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는데, 건설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사가 지연된다는 소문이 돌자 가오슝 정부가 직접 나서 "공사 계획에 변동이 없고, 부동산 가격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TSMC는 지난 23일부터 기술자 채용을 시작했다. 전공이나 경력 등 '스펙'에 관계없이 고등학교만 졸업했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연합보·중국시보·테크뉴스 등 현지 매체들도 일제히 "좋은 급여와 안정적인 성장, 대만 경제에 기여하고 싶다면 도전하라"며 대서특필했다. 대만 경제계가 TSMC의 공채가 단순한 사기업의 채용을 넘어 대만 경제의 중대사로 여기고 있다는 대목이다.
대우 역시 최고 수준이다. 대만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비상임 직원의 평균 급여 상위 25개 기업 중 과반수가 반도체 업계에 포진해 있으며, 석사 학위를 가진 신입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200만 대만 달러(약 8600만원) 정도다. 특히 TSMC가 지난 9월 채용 설명회에서 발표한 월급 10만 대만 달러(약 430만원)는 대만의 평균 월급 수준인 5만 대만 달러(약 215만원)를 2배 이상 웃돈다.
대만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의 현지 위상을 묻는 질문에 "나라를 지키는 성산(성스러운 산)이다. 대만 반도체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타이지디엔과 연결돼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TSMC가 흔들리면 대만 전체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민진당(현 집권 여당)보다도 더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반도체는 10~15년 앞섰다"는 TSMC의 자신감, 3나노 들고 역전 노리는 삼성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TSMC에 41억 달러(약 5.5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자부심을 더한다. 유명 언론인 출신의 금융 저널리스트 시진허는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지 않는 버핏의 이번 결정은 TSMC와 대만에 천군만마나 다름없다"라며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 수준보다 10~15년 앞서 있다"라고 언급했다. 대만 경제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TSMC와의 격차는 이미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라며 "UMC와 PSMC, VIS 등 세계적 파운드리 대만 기업들이 협업해 거대한 '반도체 공룡'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의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인들의 기대와 달리 삼성전자가 3나노 이하급 공정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가면서 격차가 서서히 좁혀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 고객사 대부분이 파운드리 업체를 다각화하고 있는 추세로, 삼성전자의 고객 수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삼성이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3.4배 이상 확대한다고 밝힌 만큼 3나노가 '게임체인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