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하나 허무는 데 15년?"…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2.1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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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550조 원전해체 시장 열린다③

편집자주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첫번째 원전 '고리 1호기'의 해체가 시작된다. 전 세계에서 지어진 원전 600여기 가운데 지금까지 해체된 건 21기 뿐이다. 약 550조원 규모의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이 '원전 강국' 대한민국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원전해체 기술의 현 주소와 과제를 살펴본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수조)의 모습. 200평 남짓의 수조에 총 3만200여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수조)의 모습. 200평 남짓의 수조에 총 3만200여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1월 고시한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및 사용후핵연료관리부담금 등의 산정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충당금)은 8726억원으로 추산됐다. 원전 해체 비용 충당금은 크게 밀폐관리 철거비 5467억원과 폐기물 처분비 3259억원으로 구성됐다.

밀폐관리 철거비는 다시 해체사업비 4702억원과 폐기물처리 시설비 765억원으로 나뉜다. 폐기물 처분비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비 3170억원과 비방사성 폐기물 처분비 89억원 등으로 구분된다. 정부는 2년에 한 번씩 물가상승률과 할인율 및 이자율을 반영해 원전 해체 비용 충당금을 고시하고 있다. 직전 고시분은 8129억원인데, 이번엔 597억원(7.3%)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운영 중 24기 △운영 중단 2기 △건설 예정 4기 등 총 원전 수 30개를 곱하면 총 26조원 규모의 원전 해체 충당금이 나온다. 국내에서만 30조원 규모에 가까운 원전 해체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얘기다.

"원전 하나 허무는 데 15년?"…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원전 해체 충당금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부담한다. 원전 1기분인 8756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원전들에 대한 25조원가량은 부채충당금으로 잡아둔다. 실제로 상용 원전을 해체한 경험이 있는 미국과 일본은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평균 7800억원과 9590억원을 사용했는데, 우리 정부가 추정한 원전 해체 비용과 유사한 수준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해체 비용 충당금에는 물가 상승률과 할인율, 폐기물 처리비용 상승률 등 주요 변수 등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기간으로 보면 원전 해체에는 대개 15년 정도가 소요된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방사성 폐기물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후핵연료 반출 등에 5년, 비(非)방사성 시설 철거와 방사성 시설 제염·해체 등에 8년, 이후 부지 복원에 2년이 필요하다. 해체 절차는 대개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제염·해체→비방사성시설 철거→폐기물처리시설 구축→방사성시설 철거→부지 복원 순이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원전 운영과정에서 나온 작업복과 부품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등으로 구분된다.


현재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건식저장 시설에 보관된다. 이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해선 관리기술 확보 및 처분을 위한 계획 수립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저준위방사성 폐기물은 보관용 드럼에 넣어 경북 경주의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에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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