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사랑2', 15년 지나도 여전히 통하는 디즈니의 마법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1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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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식 동화 비틀기의 정수! 뻔하지 않은 해피엔딩은 보너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법에도 유효기간이 있을까. 2008년에 국내 개봉해 디즈니 프린세스 무비와 로맨틱 코미디 팬들을 열광시킨 디즈니 실사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이 무려 15년 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왔다. 2014년에 속편 제작 발표 소식이 한차례 전해지고도 8년이 시간이 흐른 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수밖에 없었는데,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마법의 걸린 사랑 2’는 2D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한 ‘다시 쓰는 동화’라는 전편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전편의 주요 출연진이 그대로 출연해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부응한다.

1편 ‘마법에 걸린 사랑’은 마법의 나라 안달라시아에 살던 주인공 지젤이 한눈에 사랑에 빠진 왕자와 결혼식을 약속했다가 왕비의 계략으로 현실 세계인 뉴욕에서 모험을 겪게 되고, 이곳에서 만난 싱글 대디이자 변호사 로버트와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맺는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당시 최초로 시도된 디즈니식 동화 비틀기의 유쾌함에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자극하는 2D 애니메이션 기법과 실사 영화의 자연스러운 연결과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이 어우러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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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의 이야기는 ‘그래서 그들은 모두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1편의 엔딩에서 이어진다. “영원히 행복하게 Ever After” 이후로 몇 년의 세월이 흘렀고, 여전히 뉴욕에 살고 있는 지젤(에이미 애덤스) 가족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1편에서 어린아이였던 로버트(패트릭 뎀시)의 딸 모건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십대로 성장했고, 지젤과 로버트 사이에서 딸 소피아가 태어났다. 영원한 행복을 찾기만 하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던 지젤은 뉴욕 생활에 회의를 품기 시작하고, 가족과 함께 교외에 위치한 마을 ‘먼로빌’로 이사해 동화 같은 삶을 꿈꾼다.



2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인공 지젤이다. 두 딸의 엄마가 된 지젤의 모습에서 마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말 못 할 고민이 느껴진다. 육아와 가사 노동의 힘겨움뿐 아니라 십대에 접어든 딸과 갈등을 겪으면서 디즈니 프린세스 영화와 가족 영화의 단골 갈등 소재인 ‘새엄마’ 이슈가 불거진다. 행복보다 장거리 출퇴근에 더 신경 쓰는 남편과 자신을 “새엄마”라 부르며 거리를 두는 딸에게 놀란 지젤은 소피아의 생일 선물로 받은 안달라시아의 마법 지팡이를 부리며 동화 같은 삶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소원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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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식 동화 비틀기의 선두주자답게 ‘마법에 걸린 사랑 2’는 디즈니 동화 클리셰를 차용해 빤한 듯 빤하지 않은 해피엔딩을 완성한다. 크게는 동화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 왔던 전편의 설정을 다시 뒤바꾼다. 지젤의 소원대로 먼로빌은 동화 세계 먼로라시아로 바뀐다. 다음은 빌런의 구도다. 먼로빌의 실세에서 먼로라시아의 여왕이 된 말비나가 지젤을 괴롭히는 빌런 역할을 도맡을 것으로 예상하겠지만, 마법의 영향으로 빌런이 되어가는 지젤과 동등한 힘겨루기를 벌인다. 미모가 아니라 누가 더 강한지를 겨루는 대결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십수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지젤을 연기한 에이미 에덤스의 출중한 실력은 변함없다. 1편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노래 실력도 여전하다. 특히 미묘한 표정 변화 하나로 천진난만한 지젤과 사악한 새엄마를 오가는 에이미 에덤스의 다중 인격 연기는 이 배우의 진가를 재확인하게 만든다. 2편에 빌런 역으로 합류한 마야 루돌프의 코미디 연기도 영화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다. 과장된 제스처와 표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고도의 연기력으로 사악한 여왕 캐릭터 이상을 보여준다. 볼수록 재밌는 빌런이라 은근히 팬을 자청하고 싶을 정도다. 에이미 에덤스와 마야 루돌프가 노래 배틀을 벌이는 장면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이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편의 팬이라면 기존 캐릭터들의 등장이 기다려질 터. 전편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은 에드워드 왕자(제임스 마스던)와 로버트의 약혼녀였던 낸시(이디나 멘젤)가 안달라시아의 왕과 왕비가 되어 오랜만에 모습을 비춘다. 세월을 비켜간 듯한 제임스 마스던의 등장도 반갑지만, ‘겨울왕국’으로 이름을 알린 이디나 멘젤의 노래 장면은 뮤지컬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다. 안달루시아와 뉴욕을 오가며 활약한 다람쥐 핍도 재등장해 2편의 화자 역할과 다른 동물로 변신하는 몫을 소화한다. 이 밖에도 안달루시아의 드래곤, 거인 오니거까지 영리한 캐릭터 취사선택은 역시 디즈니답다.

‘마법에 걸린 사랑 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마법보다 강력한 사랑의 힘을 강조하면서 해피엔딩에 이른다. 2편이 주의 깊게 다루는 모녀 관계라든지 역할의 세대교체, 주인공과 빌런의 대결 설정 등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가치관을 담아내려는 디즈니의 끊임없는 노력의 소산이다. 로맨스 요소도 물론 있지만, 가족 간의 사랑과 여성 연대가 두드러진다. 때문에 1편과 2편 사이의 긴 공백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법에 기대지 않고 쓰인 새 이야기는 속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3편도 가능할까. 지젤의 딸들이 주인공이 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이 세대에 걸친 시리즈로 팬들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며 ‘영원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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