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서울시 노원구 아파트값이 5주 연속 마이너스다.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지역으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3% 올랐다. 지난달 23일 0.05%를 기록한 후 0.04%, 0.03% 등 매주 상승폭이 조금씩 낮아졌다. 자치구별로 보면 25개 자치구 중 서대문구(-0.06)와 노원구(-0.04%)만 하락했다. 서대문구는 2주 연속 하락이고 노원구는 5주 연속 하락이다. 노원구의 아파트값 하락은 가파른 금리인상 영향 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로 집을 살 수 있는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에 상대적으로 더 예민하다. 사진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2022.6.13/뉴스1
고물가 속 저성장,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리까지 뛰면서 내년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을 위기에 놓였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거나 제자리인 상황에서 이자는 늘면서 변동금리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의 실질가처분소득이 급감하고 있다. 또 수출 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이자까지 오르면서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른바 '고금리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서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2%)보다도 낮은 1.7%로 내놓으며 경제둔화를 예고했다. 한은이 다음해 성장률 전망치를 2% 이하로 제시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올해는 두번의 빅스텝까지 단행해 내수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본격적인 영향은 내년부터 소비 둔화 등으로 나타날 것이고 성장률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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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은은 내년 높은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신규투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설비투자도 3.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등 높은 자본조달비용도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1%대로 떨어진다는 것은 경기침체로 간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대응을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가고 있어 이자와 세금 부담에 소비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기 침체가 심화돼 기업 실적도 좋지 않으면 고용도 줄어들 수 있고 전반적으로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둔화될 수 있다"며 "지금부터는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높여서 경기를 연착륙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A씨의 빚 부담은 금리변동 주기(6개월)가 도래하면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3%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추가 인상하면서다. A씨는 대출 당시 2.98%의 주담대 금리를 적용받았지만 지금은 6.08%로 2배 이상 높아진 금리를 문다.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A씨의 주담대 금리가 7%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한은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3조4500억원 가량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9월 현재 한은 통계인 가계대출 잔액 1756조8000억원에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잔액 기준 78.5%), 대출금리 인상분(기준금리와 동일한 0.25%p 추정)을 대입한 결과다. 대출자 한 명당 16만1000원 꼴이다.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채권시장 혼란과 자금시장 경색에 은행 빚으로 연명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나올 법하다. 지난 달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13조7000억원 늘었다. 2009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p 인상)을 단행한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와 기업을 합해 이자 부담이 12조2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기준금리 추가 인상분(0.25%p)을 감안하면 가계와 기업이 6조1000억원 가량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기업만 떼어 놓고 봐도 3조원에 가까운 이자가 더 는다.
문제는 내년까지 기준금리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는 내년 기준금리를 최소 3.5%로 전망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예상 경로에 따라 분석해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9월 대비 내년 연말까지 가계 이자부담액은 17조4000억원, 기업은 16조2000억원 늘어난다. 개별 가구의 연간 이자부담 증가액은 평균 132만원 정도다.
최고 7%대 후반까지 치솟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도 조만간 8%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3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5.31∼7.83% 수준이다. 은행들이 최근까지도 자금 확보를 위해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벌여온 만큼 대출 준거금리(코픽스)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조만간 최고 8% 돌파가 유력하다.
최고금리가 아니더라도 은행 주담대 평균 금리는 5% 후반대,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대를 훌쩍 넘어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의 금리 행보 등 변수가 여전히 많지만 금리 상승세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당분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