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끼고 적은 돈을 투자해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는 부동산 투자의 성공 방식으로 소개돼 왔다. 지난해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중은 43.5%. 절반 가까이가 전세를 끼고 집을 샀다. 그런데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역풍을 맞은 갭투자자가 늘고 있다. 전세 시세가 하락하면서 보증금 일부를 되돌려줘야 하는데 자금줄이 막히고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 결국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갭투자자가 전세 보증기관 혹은 세입자에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불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가 주택 경기 하강기에 갭투자자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정리해봤다.
최근 전셋값 얼마나 떨어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664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셋값은 작년 12월 3억1952만원을 기록한 후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락 폭은 급격히 커지는 추세입니다. 최근 5개월간 전국 전세 가격지수 변동률은 -0.08%→-0.16%→-0.45%→-0.78%→-1.36%로 확대됐습니다. 10월 기록한 -1.36%는 2008년 12월-1.50%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몇 달 새 전셋값이 수천만 원씩 하락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근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서 전세 물량이 급증한 곳들입니다. 지금부터는 전셋값이 하락하는 이런 단지들에서 어떤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보시죠.
세입자는 재계약의 조건으로 A씨에게 800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2년 전 가격으로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A씨는 8000만원을 돌려주고 재계약을 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세입자는 또 입장을 바꿔 퇴거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만기를 한 달여가량 앞두고 새로운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진 A씨는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장이야 그렇다 쳐도 앞으로 전셋값이 더 떨어지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가격을 낮춰 집을 팔면 그나마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겁니다. 결국 A씨는 시세보다 2억원 저렴한 가격에 집을 내놓았지만 1~2명 만 집을 보러올 뿐 적극적으로 매수 의사를 밝힌 수요자는 없습니다. 세입자는 전셋값 하락을 우려해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도 가입한 상황인데요. 이에 따라 A씨는 전세 계약 만료일인 12월까지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보증 기관에 연 5%가량의 지연 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촬영 및 편집 이상봉 PD
디자이너 신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