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도 아닌데…카카오인베 자본금 줄였다 늘였다, 왜?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황국상 기자 2022.11.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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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인베스트먼트, 자본금 3분의 1로 조정
유증 제반비용↓…대규모 현물출자 계속되나

/사진=배한님 기자/사진=배한님 기자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전 92%에 달하는 무상감자를 단행한다. 유상증자 후에도 자본금이 기존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택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내달 27일 액면가 1만원의 보통주 220만1914주를 16만4272주로 임의무상소각하는 감자를 단행한다. 감자비율은 92.54%다. 올 연말 카카오 (48,600원 ▼500 -1.02%)를 대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기에 앞서 자본금 규모를 선제적으로 줄이는 차원이다.



지난 10일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에 1주당 200만원에 신주 58만1692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총 1조1634억원 규모로, 카카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SK스퀘어 △카도카와 △두나무 △휴먼스케이프 주식으로 현물출자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이들 기업 주주는 카카오에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바뀐다.

자본금 3분의 1로…대규모 현물출자 계속되나
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 카드는 주로 자본잠식 탈출방법으로 쓰여서다. 무상감자로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끌어올린 후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유치, 부채비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최근 롯데지주·에어부산 등이 이같은 방식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그러나 카카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3분기 136억원의 당기순손익을 내는 등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한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가 자기 지분을 줄인 후 새로운 지분을 늘리는 형태가 된다. 주주구성 변화가 없는 가운데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자본금만 줄어드는 셈이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모두 거친 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자본금은 75억원으로, 기존 220억원의 34% 수준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감자 후 증자는 주주구성이 바뀔 때 신규 투자자 부담을 덜기 위해 취하는 조치"라며 "카카오인베스트는 주주구성이 달라지는 게 아닌데 유상증자 전 무상감자를 하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사진=카카오인베스트먼트/사진=카카오인베스트먼트
이에 카카오는 "단순한 자본금 규모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선 카카오인베스트먼트향 투자 강화 시그널로 해석한다. 자본금 규모가 줄면 현금출자 및 유상증자 제반비용이 줄기 때문이다. 지분 100%를 보유한 카카오 입장에선 다른 주주의 '더블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할 필요 없이 실무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계열사 줄이기에 나선 카카오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청산할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이번 조치로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셈이다. 실제 이번 현물출자로 공동체 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역할이 커졌다는 해석도 있다. SK텔레콤·SK스퀘어처럼 카카오 본체 사업과는 관계없는 투자사 관리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전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와 공동체가 보유한 다양한 서비스 및 비즈니스 자산과 연계해 보유 자산을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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