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에 뜬 'ㅋㅋㅋ' 누구?..넘치는 '포스트 소울리스좌' 축제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2.11.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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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젊은층으로 구성된 캐스트, '젊은 에버랜드' 만드는 주축으로

에버랜드 캐스트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ㅋㅋㅋ'팀의 퍼포먼스. /사진제공=에버랜드에버랜드 캐스트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ㅋㅋㅋ'팀의 퍼포먼스. /사진제공=에버랜드


지난 14일 밤 꿈과 환상의 시간을 즐긴 고객들이 퇴장해 적막한 에버랜드에 다시 불이 켜졌다. 이날 에버랜드 대표 공연장인 그랜드 스테이지에 모인 인원은 무려 1300여명. 티익스프레스 같은 어트랙션(놀이기구)부터 사파리 동물원, 캐릭터숍, 주차장, 티켓부스 등 에버랜드 각지에서 일하는 '캐스트(Cast)'들이다.



캐스트는 에버랜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르바이트나 근로자가 아닌 테마파크라는 거대한 무대를 꾸미는 연기자를 뜻하는 호칭이다. 에버랜드에는 연간 6000여명의 청년들이 캐스트로 일하는데, 이른바 젠지(GenZ·90년대~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 중에서도 흥과 끼가 넘치는 청년들이 모인다. 영혼 없는 춤사위로 "머리! 젖습니다. 옷도! 젖습니다. 싹 다 젖습니다. 안 젖을 수 없는 여기는 아마존! 아! 마! 존조로존조로존~"을 외쳐 전국구 스타가 된 '소울리스좌' 김한나씨가 바로 이들의 직장 동료였다.

남녀노소 고객들과의 소통으로도 넘치는 흥을 주체할 수 없어서인지 에버랜드는 매년 캐스트들이 주인공이 되는 '캐스트 페스티벌'을 열고 '에버랜드 갓 탤런트(에갓텔)'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3년 만에 부활한 행사라 관심이 더욱 높았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페스티벌에 참여하려고 퇴사 일정을 미룬 캐스트까지 있었을 정도"라며 "올해 퇴직한 300여명의 전직 캐스트들도 오랜만에 에버랜드를 찾아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소울리스좌로 유명세를 탄 김한나 전 에버랜드 캐스트. /사진=에버랜드 티타남 유튜브소울리스좌로 유명세를 탄 김한나 전 에버랜드 캐스트. /사진=에버랜드 티타남 유튜브
캐스트 페스티벌은 바쁜 일과 중에도 행사 기획부터 홍보,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캐스트들이 준비한다. 특히 축제의 백미인 에갓텔에는 치열한 예선을 거쳐 올라온 8개팀이 노래, 댄스, 뮤지컬, 치어리딩, 국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선보이며 재능을 드러냈다. 이 중에서도 우승은 댄스와 뮤지컬을 합친 댄스컬이란 독특한 콘셉트의 무대를 선보인 'ㅋㅋㅋ'팀이 차지했다.



'ㅋㅋㅋ'는 '캐스트가 있어서, 캐스트 덕분에, 캐스트와 함께라 에버랜드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지난 3월에 입사한 상시직 캐스트(F-CAST) 홍건희씨를 비롯해 각자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최진명, 안예지,박혜정, 곽승미,이민지, 장건주 캐스트가 모여 무대를 꾸몄다. 홍건희 캐스트는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게 버킷리스트라 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입사했다"며 "캐스트 페스티벌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진심으로 무대를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장 열정있는 동료들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바쁜 업무를 소화하면서도 굳이 시간을 들여 축제에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다신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즐겁게 기억하고 싶기 때문. 홍 캐스트는 "전원 근무를 하는 동시에 안무를 창작하고 스토리텔링까지 넣으려니 난항을 겪었지만 에버랜드라는 장소에 모여 눈부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며 "무대 역시 입사했을때의 설렘, 근무하며 느끼는 감정, 퇴사할때 겪는 아쉬움 등 누구보다 빛나는 청춘을 되새길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열린 에버랜드 캐스트 페스티벌. /사진제공=에버랜드지난 14일 열린 에버랜드 캐스트 페스티벌. /사진제공=에버랜드
'ㅋㅋㅋ'팀은 이날 캐스트 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진로에 대한 확신도 얻었다. 홍 캐스트는 "전공이 실용댄스이라 이런 큰 무대가 도움이 많이 됐다"며 "같이 무대를 꾸민 최진명 캐스트는 이벤트학과 전공이라 무대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게 큰 경험이 됐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버랜드엔 우리보다 더 대단한 끼쟁이들이 많다"며 "이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준 에버랜드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자기표현에 능숙하고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세대 특징을 반영해 페스티벌을 기획했다"며 "캐스트들이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준비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차별화된 동기부여 프로그램과 자기개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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