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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효자 노릇 제대로 하는 '재벌집 막내아들'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11.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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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물 묘미 살린 쫄깃한 극적재미에 시청자 반응하다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극본 김태희·연출 정대윤)이 아주 크게 첫 발을 내디뎠다. 1회 6.1%로 출발선을 끊었고, 2회 8.8%, 3회 10.8%였다. 2022년 내내 통 힘을 못쓰던 JTBC 드라마의 시원스러운 반등이다.

JTBC는 ‘주3회’ 편성이라는 파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편성으로 장사하던 시대는 끝났다. 플랫폼이 많아졌고, 콘텐츠는 더 많아졌다. 시청자들은 더 영리해졌고, 재미없으면 절대 안 본다. 결국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미있다"는 입소문으로 상승곡선을 그렸고, 이 입소문은 지금도 널리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회귀물의 묘미를 살리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은 굴지의 대기업인 순양그룹 미래자산관리팀장인 윤현우(송중기)다. ‘재벌가의 개’로 살고 있는 그는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민첩하게 해결한다. 창업자인 진양철(이성민) 회장의 흉상 제막식을 앞두고 후계자인 재벌 3세가 사라지지만, 그를 찾아내 설득시키는 데 성공한다. 재벌 3세가 휘두른 골프채에 이마가 찢어지고, 인사하는 그의 머리 위로 물을 부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고졸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딛기 위해 윤현우는 "거절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자세로 충성한다. 그런 윤현우는 숨겨둔 비자금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해외로 간다. 하지만 그 곳에서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납치·살해 당한다. 그렇게 절벽에서 떨어진 윤현우는, 1987년으로 돌아가 깨어난다.

윤현우는 더 이상 윤현우가 아니다. 그는 순양그룹 막내 아들의 아들, 즉 진양철의 손자인 진도준이다. 하지만 미래의 기억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던 진도준은 기지를 발휘한다. 이미 알고 있는 미래의 상황을 활용해 돈을 최우선으로 삼는 진양철의 눈에 들기 시작한다.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1987년은 직선제 대선이 치러진 해다. 김영상·김대중 후보가 단일화를 모색하고, ‘보통사람’임을 강조하는 노태우 후보가 저마다 진양철 회장에게 후원을 부탁한다. 진도준은 단일화가 불발될 것이라며 "노태우를 지원하라"고 훈수를 두고, 이는 현실이 된다. 1987년 연말에는 KAL기 폭파 사고가 있었다. ‘재벌가 막내아들’은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해 외국에 간 진양철이 이 비행기를 타게 되는 상황을 설정한다. 하지만 진도준의 조언으로 진양철은 먼저 귀국해 화를 면한다.

이외에도 진도준은 진양철에게 "분당 땅을 달라"고 하고,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하며 240억 원이라는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그리고 이를 모두 달러로 바꾼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진양철은 "어디 돈이 주인 나이봐가 붙는다 카드나, 도준이가 ‘운이 좋은 아’인지 ‘눈이 좋은 아’인지 보자"고 흥미로워한다.

"미래를 안다면 어땠을까?" 이는 세상을 살며 흔히 한 번쯤 하는 상상이다. 로또 복권을 사거나 강남에 땅을 사 둘 수도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거나 대박날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런 상상을 눈 앞에 펼쳐 놓는다. 진도준은 영화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영화 ‘나홀로 집에’를 수입하거나, ‘타이타닉’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또한 서태지와아이들의 은퇴 선언에 눈물을 흘리는 서민영(신현빈)에게는 "서태지가 4년 후 솔로로 컴백한다"고 넌지시 알려주기도 한다.

1980∼90년의 공기를 느껴보는 것도 ‘재벌집 막내아들’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그 당시 유행하던 옷차림을 비롯해 길거리의 모습, 당시의 히트곡들이 탄탄한 고증을 거쳐 소개된다.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추리물의 재미를 살리다

‘재벌가 막내아들’을 이끌어가는 큰 주제 중 하나는 ‘과연 누가 윤현우를 죽였는가?’다. 1회에서 윤현우는 괴한들에게 살해당한다. 그는 누가, 왜 자신을 죽였는지 모른다. 2회 말미, 진양철과 함께 계단을 걸어내려오던 그는 도열해 있던 재벌가 2세, 3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여기 이 사람들 중에 나를 죽인 사람이 있다"고 되뇐다.

순양그룹에 몸바치던 윤현우는 그룹 내 사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 하지만 그조차 진도준이라는 손자가 가계도에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이를 두고 이미 시청자들은 다양한 추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며 진양철의 눈에 든 진도준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누군가가 젊은 시절 그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현우가 순양그룹에 입사했을 때, 이미 진도준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훗날 검사가 되는 서민영은 왜 ‘순양그룹 저승사자’가 됐을까? 과거의 진도준은 같은 학교 동창인 서민영과 남다른 교감을 나눈다. 결국 서민영이 진도준의 죽음을 목도하고, 그 때부터 진도준의 복수를 위해 순양그룹의 이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추리는 드라마와 예능을 막론하고 시청자들을 콘텐츠 안으로 끌어들이는 좋은 미끼가 된다. 예를 들어, ‘재벌가 막내아들’ 이전 올해 JTBC 드라마 최고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주인공 구씨의 직업과 과거를 추리하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런 시청 행태는 ‘재벌가 막내아들’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작진은 미끼를 던졌고, 시청자들은 이미 미끼를 물었다.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호연의 향연

‘재벌집 막내아들’은 배우들의 연기보는 맛이 쏠쏠하다. 송중기는 빈틈없이 일처리를 하는 윤현우부터 천진난만한 웃음 뒤에 칼을 숨기고 있는 진도준의 모습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고 있다.


이성민은 더 빛난다. 오로지 돈을 좇는 진양철 회장 역을 맞춤옷을 입은 듯 소화하고 있다. 그의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찾아온 막내 아들, 그는 경영 승계를 거부하고 영화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그게 돈이 됩니까? 순양에 도움이 됩니까?"라면서 "돈도 안되고 순양에 도움도 안 되고, 와 니가 내 아들이고? 손님 나간다. 소금 뿌리라. 잔칫날 맞네. 동냥하는 걸뱅이들 천지네"라고 쏘아붙이는 진양철의 모습은 이성민의 명연기와 결부돼 단박에 그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고려청자를 깨뜨린 손자에게 "이깟 그릇이 아까버서가 아니라, 순양의 주인이 될 아가 감정조절도 제대로 몬하고 지 멋대로 설치는 게 후계자답디 몬하기 때문인기라"라고 꾸짖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재벌 2세를 연기하는 윤제문, 김정난, 조한철, 서재희, 김영재, 정혜영, 김신록, 김도현과 재벌 3세 김남희, 박지현, 강기둥 등 무엇 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성찬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보는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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