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원리금만 69만원 늘었다...월급의 절반이 대출 원리금"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오상헌 기자 2022.11.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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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고금리 침체가 온다②

편집자주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3%를 넘어섰다. 불과 1년 사이 3배로 뛰었다. 이자가 빠르게 늘면 소비도 투자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수출까지 둔화되는 상황에서 이자가 내수 경기를 짓누르는 '고금리 침체'가 우려된다.

"한달 원리금만 69만원 늘었다...월급의 절반이 대출 원리금"


#은행에 4억원(30년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신규 코픽스 6개월 연동 변동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A씨는 이달부터 월 268만원의 원리금을 낸다. 지난해 11월 아파트를 살 당시만 해도 원리금 상환액은 199만원이었다. 1년 만에 매월 69만원이 더 늘어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꼬박꼬박 은행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는 셈이다.

A씨의 빚 부담은 금리변동 주기(6개월)가 도래하면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3%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추가 인상하면서다. A씨는 대출 당시 2.98%의 주담대 금리를 적용받았지만 지금은 6.08%로 2배 이상 높아진 금리를 문다.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A씨의 주담대 금리가 7%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한은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3조4500억원 가량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9월 현재 한은 통계인 가계대출 잔액 1756조8000억원에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잔액 기준 78.5%), 대출금리 인상분(기준금리와 동일한 0.25%p 추정)을 대입한 결과다. 대출자 한 명당 16만1000원 꼴이다.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채권시장 혼란과 자금시장 경색에 은행 빚으로 연명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나올 법하다. 지난 달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13조7000억원 늘었다. 2009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p 인상)을 단행한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와 기업을 합해 이자 부담이 12조2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기준금리 추가 인상분(0.25%p)을 감안하면 가계와 기업이 6조1000억원 가량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기업만 떼어 놓고 봐도 3조원에 가까운 이자가 더 는다.

문제는 내년까지 기준금리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는 내년 기준금리를 최소 3.5%로 전망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예상 경로에 따라 분석해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9월 대비 내년 연말까지 가계 이자부담액은 17조4000억원, 기업은 16조2000억원 늘어난다. 개별 가구의 연간 이자부담 증가액은 평균 132만원 정도다.

최고 7%대 후반까지 치솟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도 조만간 8%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3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5.31∼7.83% 수준이다. 은행들이 최근까지도 자금 확보를 위해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벌여온 만큼 대출 준거금리(코픽스)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조만간 최고 8% 돌파가 유력하다.


최고금리가 아니더라도 은행 주담대 평균 금리는 5% 후반대,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대를 훌쩍 넘어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의 금리 행보 등 변수가 여전히 많지만 금리 상승세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당분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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