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의 이공계 진학과 산업현장 진출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K-걸스데이 졸업생 최혜인, 남모경, 박채연씨(왼쪽부터)가 지난달 경기 안양 모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K-걸스데이(K-Girls' Day) 운영사무국
경기 소재 한 제약회사 품질보증(QA)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채연씨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교실 앞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고 우연히 'K-걸스데이'(K-Girls' Day)에 참가했다. 막연하게 이공계에서 순수 학문 쪽만 생각했던 박씨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자동차 생산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을 견학한 뒤 '공학도'의 꿈이 생겼다고 한다.
박씨가 울산 학성여고 재학 시절 참여한 프로그램은 2014년 제1회 K-걸스데이였다. K-걸스데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연구원(KIAT)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고등학교와 기업을 연결해 여학생들에게 산업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여성 이공계 선배와의 멘토링을 통해 여성의 이공계 진출 장벽을 허물고 있다. 박씨는 K-걸스데이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지역에 위치한 현대차 울산 공장을 견학했다. 그는 "살면서 그렇게 큰 장소는 처음 들어가봤다"며 "내가 굉장히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여학생의 이공계 진출을 위한 산업현장 체험프로그램 'K-걸스데이' 7기에 참여했던 졸업생 남모경씨가 지난달 경기 안양 모처에서 진행한인터뷰에서 K-걸스데이 경험을 설명했다. /사진=김훈남
남씨는 "현장에서 해당 직군 종사자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최씨는 "대학생이나 직장인 선배들을 보며 신기해하던 중 K-걸스데이 프로그램 공고를 보게 됐다"고 참여동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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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고생은 인천국제공항의 아시아나항공 정비창을 견학했다. 그곳에서 아시아나항공 최초의 여성 정비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남씨는 "(여성 가운데) 아무도 안 해본 분야를 직접 개척한 스토리가 기억에 남았다"면서 "원래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게 좋아서 이과 계열에 진학했는데, 정비사분의 이야기를 듣고 '이쪽으로 갈까' 살짝 흔들렸다"며 웃었다.
최씨는 "보통 고등학교에는 입시에 관한 정보만 있고 (대학)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이 별로 없다"며 "산업현장에 가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박씨도 "꼭 본인이 바라보고 있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현장을 가보는 게 경험 차원에서 좋다"며 "자기도 모르게 막아놨던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남씨와 최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각각 국민대 바이오발효융합학과와 성신여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2학년생인 두 사람은 K-걸스데이 선배인 박씨를 만나자 자연스레 이공계 진로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박씨도 마치 같은 학교 후배를 대하듯 멘토를 자처하며 친절하게 제약업계 취업에 성공한 경험과 이직 경험, 필요한 소양 등을 설명해줬다.
여학생의 이공계 진출을 위한 산업현장 체험프로그램 'K-걸스데이' 7기에 참여했던 졸업생 최혜인씨가 지난달 경기 안양 모처에서 진행한인터뷰에서 K-걸스데이 경험을 설명했다. /사진=김훈남
K-걸스데이 참여를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세 사람 모두 흔쾌히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K-걸스데이를 통해 견학할 수 있는 산업현장 체험은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사람도 한 번 해보기 어려운 경험"이라며 "K-걸스데이를 통해 매칭되는 현장이 관심사와 거리가 있어도 길게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공대는 막연하게 어려운 전공이라는 생각이 들기 쉬운데 현장에 가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새로운 경험은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학생의 이공계 진학과 산업현장 진출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K-걸스데이 졸업생 최혜인, 남모경, 박채연씨(왼쪽부터)가 지난달 경기 안양 모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K-걸스데이(K-Girls' Day) 운영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