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24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 22일 신한·NH투자증권 등 6개 판매사가 헤리티지 펀드의 투자원금 전액을 고객에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헤리티지 펀드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독일 '기념물 보존등재 부동산'을 주거용 건물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브릿지론 형태로 대출을 실행하는 상품이다. 싱가포르의 자산운용사가 운용을 맡았고 국내 6개 금융사에서 총 4885억원이 판매됐다. 독일 시행사가 사업을 중단해 환매가 중단됐고 4746억원이 미회수된 상태로 남아 있다.
이에 소비자보호처는 광범위한 해외 공조를 통해 헤리티지 펀드가 팔릴 시점에 독일 시행사의 신용 상태가 위험하다는 자료를 확보했다. 해외 공조의 시작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김 부원장은 독일 시행사가 파산한 후 독일 브레멘대학의 한 교수가 이 시행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일 만하임 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부원장은 파산관재인과 독일어로 대화가 가능했다. 파산관재인과 소비자보호처 직원들간의 화상회의를 이끌어내며 해외 공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소비자보호처는 독일 연방금융감독청, 영국 금융행위감독청, 싱가포르 금융감독기구인 통화감독청 등에 질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들로부터 받은 질의서를 토대로 분조위는 싱가포르 운용사가 거짓 또는 과장되게 상품제안서를 만들었다고 봤다. 상품제안서에는 독일 시행사가 독일 상위 4.4%에 해당하는 유망한 기업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당시 회사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던 것이다. 또 제시된 사업 이력도 시행사 설립 이전이거나 헤리티지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은 해외 공조를 통해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이끌어 낸 최초의 사례"라며 "앞으로의 분쟁조정에서도 이 사례를 참고해 더욱 활발한 해외 공조를 통해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