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성장,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경기침체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운 대표 산업은 화학산업이다. 국내 화학업계 양대 산맥인 LG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고 롯데케미칼은 적자로 돌아섰다. 화학업계에선 올해 3분기 시황이 바닥을 찍은 뒤 4분기부터 점차 개선세로 돌아설 것으로 봤는데 자칫 이번 파업이 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은 8일간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당시 추산에 따르면 6월7~12일 총 7일간 업계 피해 규모만 1조6000억원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화학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지금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화물연대마저 더불어 공격하게 되면 회복이 더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하반기 들어 고전 중인 것은 마찬가지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세계 자동차 생산이 줄어든데다 신규 선박 발주도 감소한 탓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도 뛰고 있다.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의 경우는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 여름 태풍 힌남노 침수 영향으로 하반기 내내 복구 작업이 이뤄져 3분기 실적 감소폭이 특히 더 컸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폐기물 등 이송이 지연된다면 복구 작업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운송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가전과 같은 소비자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화물연대의 무한정 운송 거부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가전, 해운업계는 아직 파업이 시작되기 전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중이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생산제품 적재공간과 수출용 컨테이너를 확보하는 등 대비하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실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배가 오가는 데에는 사실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정기선에 화주들이 화물을 못 보내고 못 받으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항만 물량이 쌓임과 동시에 그 경우 병목현상 탓에 해운 운임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는 이날부터 '수출물류 비상대책반' 운영을 개시했다. 비상대책반은 화물연대 동향 및 피해상황 모니터링, 피해 신고센터 운영, 대정부 건의 등 역할을 하면서 우리 무역업계 수출입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무역협회는 현장 애로 및 피해사례 수집을 위해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 12개 국내지부, 지역 화주물류협의회(울산, 부산, 인천, 광주전남) 등을 비롯해 무역협회의 물류 컨설팅 서비스(RADIS) 27개 협력사 등을 총동원한다.
정만기 무역협회 비상대책반장은 "업계 애로와 피해는 국토부, 산업부, 해수부 등 정부 부처와 실시간 공유하며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며 "화주들께서 이번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피해와 애로를 비상대책반에 적극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