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부터 AI까지…보이스피싱 잡는 신한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2.11.2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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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서울 노원구에 사는 A씨는 최근 아들에게 카드번호와 신분증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휴대폰이 파손돼 수리와 보험처리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신분증 사진까지 찍은 A씨는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이 진행한 '우리가족 암호만들기' 캠페인이 생각났다. 아들에게 지난해 가족 여행지를 물었고, 아들은 "호주"라고 오답을 말했다. A씨는 아들을 사칭하는 상대방에게 더이상 답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고, 은행권 최초로 AI(인공지능)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ATM(자동입출금기기) 거래를 통해 일어나는 보이스피싱 피해도 막고 있다.



지난 9월 신한은행은 가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우리가족 암호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가족들만 알 수 있는 암호를 사전에 공유해 보이스피싱 일당인지 가족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캠페인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효과를 봤다는 인증 게시글이 다수다.

캠캠페인 영상 유튜브 조회 수는 20만건을 돌파했다. 각종 SNS에도 4000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리는 등 관심이 뜨겁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족끼리 암호를 정하는 건 재미삼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일인데, 범죄 피해 예방 효과는 크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3월엔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예방 ATM을 선보였다. ATM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고객이 통화를 하면서 거래를 하거나 모자·선글라스를 착용한 경우 ATM 화면에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AI가 다양한 유형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고객에게 주의를 주는 'AI 이상 행동 탐지 ATM'이다.

연령대별 다양한 거래유형을 학습해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령층 고객 내점이 많고 보이스피싱 사고 우려가 큰 영업점에 우선 도입했다. 영업점을 운영하지 않는 야간과 주말에도 서비스를 제공했다.

AI 이상 행동 탐지 ATM을 설치 후 해당 영업점의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는 크게 줄었다. 도입 4개월 만에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고 접수 계좌수와 사고 접수 건수는 각각 67%, 38% 감소했다. ATM 전체 거래 중에서 이상 행동으로 탐지한 건수는 15~20% 수준이었다. 금융당국은 AI 이상 행동 탐지 ATM을 전 금융권에 확대 설치할 만한 보이스피싱 예방 기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총 390억6900만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했다. 피해 예방 고객 수는 3732명이다. 특히 올해 6월 보이스피싱 예방 플랫폼인 '안티-피싱 스마트 3.0'을 고도화한 이후 예방 효과가 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실제 피해 접수 사례를 보면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 사칭 사기가 여전히 압도적"이라며 "가족끼리 아주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가족 사칭 범죄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경찰청과 함께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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