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약국 폐업' 백령도에 약 배달 간다…"육지 안나와도 돼요"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2.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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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스타트업 굿닥,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으로 '의료 접근성' 문제 푼다

백령도의 유일한 약국이었던 혜원약국이 지난 8월 폐업하면서 백령도 내 의약품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오다솜 씨 제공 백령도의 유일한 약국이었던 혜원약국이 지난 8월 폐업하면서 백령도 내 의약품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오다솜 씨 제공


서해 최북단 섬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딱 하나 있던 약국이 지난 8월 말 문을 닫으면서 섬 주민들의 건강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백령도에서 약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유일한 종합병원인 백령병원과 옹진군보건소 백령보건지소 2곳뿐이다. 이곳에서 약을 받으려면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한다. 파스 하나를 구하려고 해도 처방전이 필요하다. 매번 이런 절차를 거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발생했던 기간 동안 주민들은 간단한 해열제와 일반 상비의약품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병원을 방문해 진료비와 약품 값까지 지불해야 했다.



편의점에서도 약을 구할 순 있다. 하지만 점포 4곳 중 2곳은 약을 취급하지 않는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만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되는 약도 소화제나 감기약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육지에 나갈 때마다 약을 가득 사서 돌아온다고 한다. 인천에서 뱃길로 230㎞,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4시간 걸리는 거리를 왕복해야 한다.

인천 옹진군은 민간약국 지원 조례를 제정해 백령도에 민간약국을 추가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약이 필요한 섬 주민들로선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불편할 따름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비대면 진료와 약 처방·배송 등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굿닥'이다.

굿닥은 비대면으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뒤 약을 배달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백령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대한민국 전역이 서비스 범위다. 백령도 주민이 다른 지역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집 앞으로 약도 배송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굿닥, 다양한 의료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 문제 해소 목표

백령도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굿닥'을 통해 약을 수령한 모습 /사진=오다솜 씨 제공백령도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굿닥'을 통해 약을 수령한 모습 /사진=오다솜 씨 제공
약 1년 전 어머니의 고향인 백령도로 이주해온 오다솜 씨(29)는 최근 굿닥을 통해 처방약을 수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을 계기로 도서산간 지역에서의 의료 접근성 문제 해소가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오 씨는 "백령도를 떠나 육지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오전·오후에 각각 한 번씩만 다니는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왕복으로 계산하면 하루를 다 잡아야 하는 것"이라며 "하루는 꼭 휴가를 써야만 갔다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건강하게 지냈기 때문에 의료와 관련해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다가 코로나19에 걸리면서 불편한 점을 많이 느꼈다"며 "약국이 없어져 약을 구하려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자가격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 씨는 확진 판정 이전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받아 놓은 약이 있었으나 며칠 치 분량이 부족했다. 너무나 아팠지만 혼자 지내는 상황에서 의지할 데가 없어 늦은 밤 119를 불러야 하나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오 씨는 "당시에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해 잘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119를 고민하기에 앞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상담을 통해 불안함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후에는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닷새쯤 지나니 지정한 배송 위치로 처방약이 도착했다"며 "병원을 가려면 정해진 시간이 있는데 비대면 진료를 통해 퇴근 이후 다른 지역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약 배송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오 씨는 "백령도라서 약 배송을 거절당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있었지만 정상적으로 접수됐다는 알림이 바로 왔다. 도서산간 지역이라 추가 배송비가 붙을 줄 알았으나 기본 배송비만 들었다"고 했다.

굿닥은 백령도와 같은 도서산간 지역 외에도 노인, 장애인, 감정노동자 등 의료 취약계층에게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서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소한다는 목표다.

임진석 굿닥 대표는 "약국 없는 백령도에 약 배송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병원과 환자를 편리하게 연결하는 IT 기술로 우리 사회 건강 수준을 높이는 서비스 가치를 다양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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