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 /ⓒ블룸버그
국가 안보 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유럽연합(EU) 틀 안에서 협상할 경우 결국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 문제에 대해 미국에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네덜란드 입장에선 궁색한 입지에 놓이게 될 것이 뻔하다"고 설명했다.
리제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무역부 장관 /ⓒAFP=뉴스1
중국도 반도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선 EUV 장비가 필요하지만 지난해부터 수입이 막힌 상태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겠다며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력 행사로 자국 기업인 ASML의 대중국 수출 허가를 보류해 왔다.
이번 네덜란드 결정으로 중국은 ASML에 EUV 장비를 대거 발주할 가능성이 높다. ASML의 EUV 연간 생산량은 제한돼 있어 각국 기업들의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가석방된 직후 ASML 본사부터 찾아간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미국의 앨런 에스테베즈 상무차관, 타룬 차브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기술·안보 선임보좌관 등은 이달 중 네덜란드를 방문해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협상에서 즉각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를 만나 세계 무역을 방해하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시 주석은 뤼터 총리에게 "우리는 경제와 무역 문제의 정치화에 반대해야 한다"며 "글로벌 산업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