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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돈 대신 받아준다"던 글로벌보험사 오리발에 황당한 韓기업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22.11.2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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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자료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국내 중견 제강기업 일진제강이 미국에 대규모 강관 수출을 하고도 판매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글로벌 보험사인 율러 허미스(Euler Hermes)의 '상업신용보험'에 가입했지만, 율러 허미스가 약관 규정을 들어 보험사고 발생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험금 지급청구 접수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피해액만 지연이자를 포함해 1000만달러(약 130억원)가 넘는다. 결국 미국 현지에서 보험금 지급 소송에 나섰지만 코로나 19(COVID-19) 등으로 인해 재판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면서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중견 제강기업 일진제강은 2012년부터 미국 텍사스 주 소재 석유 및 가스 탐사·개발(E&P) 업체들에 '유정용 강관(Oil Country Tubular Goods, OCTG)'를 수출했다. 자원개발 열풍이 불면서 강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던 시기다. 대규모 수출이 이뤄지면서 일진제강은 판매대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현지 보험중개인으로부터 율러 허미스 북미법인(Euler Hermes North Ameriaca Insurance Company)이 판매하는 상업신용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상업신용보험은 기업이 거래처에 외상으로 물품을 납품한 후 거래처에서 부실이 발생해 매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관련 손실을 보상해주는 외상매출채권보험이다. 율러 허미스가 판매한 보험의 담보내용은 판매기업이 보험기간 중 외상으로 공급한 물품 또는 용역대금을 채무기업이 결제일에 결제하지 못해 판매자가 입게되는 손해를 보상하도록 돼 있었다.



문제는 미국에서 2013년 이후 셰일가스 개발 열풍이 불면서 전통적인 E&P업체들이 심각한 손실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발생했다. 당시 일진제강으로부터 유정용 강관을 사들인 3개 E&P 기업에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면서 미수금이 생긴 것이다. 3개사 전체 미수금은 2727만달러(약37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일진제강은 율러 허미스 미국 법인측에 보험사고 발생사실을 고지했다. 이와 별도로 미수금 채권 회수를 위해 채무자들과 개별 협상, 소송을 진행하며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했다.

하지만 율러 허미스는 지급신청 접수 자체를 거절했다. 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율러 허미스측은 일진제강에 "부보 대상(보험계약대상) 미수금 채권 관련 '당사자 간 별도 최종합의가 없는 지급 거부 및 지연'의 경우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해당 채권의 채무자가 파산 등으로 지급불능에 빠진 경우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것이 관례"라고 주장했다.

결국 일진제강은 미국 텍사스 주 해리스 카운티 지방법원에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측은 율러 허미스 미국법인과 해당 상업신용보험을 판매한 에이전트 D씨다. 하지만 소송은 코로나19(COVID-19) 등으로 인해 지연되면서 지금껏 판결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단독]"돈 대신 받아준다"던 글로벌보험사 오리발에 황당한 韓기업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율러 허미스측은 채권자(일진제강)가 자력으로 채권회수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 먼저고 특히 일부 채무자와 미수금 규모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미수금 손실을 채권자가 감내하기로 합의한 정황이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이에 대해 일진제강 관계자는 율러 허미스의 주장은 채무기업이 결제일에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판매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상업신용보험 상품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일진제강 관계자는 "율러 허미스가 관례에 따라 '채무자와 피해액을 확정해야 보험금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채무자와 접촉해 지급불능 합의를 해오니 이제와서 '미수금을 안받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수 없다'고 하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일진제강 법무팀 담당자는 "해당 보험사고는 외상매출채권보험이 예정한 전형적인 경우로 본건 보험 계약 당시 원고는 피고측에 보험가입 취지를 상세히 설명했고, 부보 대상에 본건 보험사고와 같은 유형이 포함됨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실제 보험사고 발생후 율러 허미스는 원고의 보험금 지급청구 접수 자체를 거부했고 관련 피해 최소화를 위해 원고가 채무자를 상대로 직접 미수금 채권 회수를 추진한 결과 통보를 수령하는 것 조차 불응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이는 현지 관련 법령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진제강과 율러 허미스는 2018년 10월 소송 외 화해를 시도했지만 결렬됐다. 이후 일진제강은 율러 허미스 북미법인 뿐 아니라 한국법인과도 접촉해 보험금 지급 가능여부를 타진했다. 하지만 한국법인은 북미법인 소관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지금껏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이번 소송과 관련한 율러 허미스 본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한국법인으로 수차례 접촉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일진제강 관계자는 "율러 허미스는 보험약관의 자의적인 해석 하나만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 청구 전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송 외적인 화해, 조정 등 분쟁해결 노력에 대해서도 무대응 또는 불성실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악의적으로 재판지연을 거듭하고 있다"며 "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출금융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율러 허미스의 상업신용보험과 같은 외상매출채권보험은 보험의 성질상 보험사사가 보험금 먼저 지급 후 해당 채무자 기업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함으로써 이행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번 건의 경우 보험금 지급을 최대한 미루고 소송이 벌어지면 합의를 통해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를 줄이려는 치졸한 행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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