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격세지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은 지금, 우리는 어느새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국이 됐다. 넘쳐나는 에너지의 편리함 속에 '석유로운' 일상, '전기로운' 일상이 됐다. 쓰지 않는 방 전등이 켜져 있어도, 가전제품 플러그가 계속 꽂혀 있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치솟은 에너지 비용이나 전기요금 인상에 흠칫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에너지가 어떻게 낭비되는지엔 크게 괘념치 않게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주위를 살펴보니 새로운 캠페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에너지도 과식하셨나요?'. 에너지 과식(過食)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일이 없다. 내가 과식하는 에너지는 내 직장, 내 집, 생활 곳곳에 널려 있지만, 에너지의 비대한 소비가 미치는 우리 사회의 건강에 대해서는 매우 둔감하다.
요즘 우리의 에너지 소비는 디지털과도 연관이 깊다. 휴대폰 기기충전, 인터넷 사용, 데이터 소비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전 과정에서 에너지가 사용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 하는데, 디지털과 관련해 발생하는 디지털 탄소발자국도 있다. 흑역사가 담긴 이메일을 지우거나 스팸메일 정리하고, 영화관 에티켓을 지키려 휴대폰 전원을 끄고, 눈 건강을 위해 휴대폰 화면을 덜 밝게 하고, 때론 휴대폰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지긋이 창밖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이미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는 우리 시대의 화두이자, 기후위기의 핵심문제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기반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장려하는 정책을 만들고 기업, 산업, 경제의 거대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우리 시대에 부여된 거대한 도전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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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못지않게 개개인의 작은 습관도 중요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듯, 우리의 에너지 사용 습관이 하나둘씩 모아져 에너지 전환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절제된 에너지 사용습관이 앞으로 다가올 순환경제를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휴대폰과 데이터는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보자. 그리고 초등학교 캠페인도 적극 실천해 보자. '컴퓨터와 모니터 끄기', '빈 교실 전등 소등, 빈 화장실 전등 소등' 그리고 '물낭비 하지 말고, 수도꼭지 잠그기'도.
김영춘 유니스트(UNIST) 경영과학부 교수/사진=UN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