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메리츠금융그룹의 포괄적 주식교환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통 큰 결단에서 시작됐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막내인 조 회장은 2005년 계열 분리와 인수 등의 과정을 거쳐 한진의 금융 계열사들을 들고 지금의 메리츠금융그룹을 만들었다. 한국신용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메리츠금융 계열사에 대한 조 회장의 실질 지분율은 78.9%다.
이 관계자는 "지분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한다는 의미에서 큰 결정을 하신 것"이라며 "조 회장이 일종의 족쇄를 풀어주는 제안과 결정을 해주니 최고경영진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메리츠금융지주·화재·증권 3사의 포괄적 주식교환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들도 지분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전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은 "과거에도 조 회장이 기업승계를 안하겠다고 천명했고 실제로 포괄적 주식교환 후 조 회장의 지분율은 오히려 낮아져 경영권이 현저히 약해진다"며 "대주주의 지분 승계 계획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분율을 기준으로 조 회장이 지분을 승계할 경우에 세금으로 60%를 내도 30% 이상의 지분이 남는다. 반면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고 나면 조 회장의 지분율은 47%로 낮아진다. 여기에 세금을 내고 나면 20%도 안되는 지분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이 오히려 약해진다는 것이 메리츠금융지주 측의 설명이다.
한편 조 회장은 한진그룹 내 비주류였던 금융 계열사를 물려받아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금융그룹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 시장 1위, 당기순이익 3위 업체로 키워냈다. 증권사 중 10위권 밖이었던 메리츠증권은 매년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며 지난해에는 7829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업계 6위로 올라섰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도 440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 기업가치는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