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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흑백의 정약용에 컬러를 입혔다 '정약용 코드'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2.11.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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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새움출판사/사진제공=새움출판사




'목민심서'와 같은 저서로만 접했던 200여 년 전 다산 정약용이 책에서 걸어 나와 지금 거리를 활보한다면 어떤 인물일까? 갓을 쓴 흑백의 선비가 아니라 21세기 컬러의 다산은 어떤 사람일까?

다산의 생애와 저술세계, 개혁정신 등을 현대적 시각에서 쉽게 풀어 쓴 책이 출간됐다. 서울신문에서 26년 언론인 생활을 하고 이어 5년간 공직 생활을 한 박정현의 '정약용 코드'(새움출판사刊)이다. 한미디로 이 책은 흑백의 다산에게 현대적 컬러를 입힌 책이다.

다산을 연구해 온 저자는 다산은 르네상스형 천재라고 설명한다. 이미 200여 년 전 그 시절에 문과와 이과를 넘나드는 양손잡이 능력을 보여줬고, 과학과 예술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회에 가장 잘 맞는 하이브리드 지식인이 바로 정약용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다산은 503권이라는 유례없는 저술을 남긴 학자이며 사상가인 동시에 마치 엑셀을 돌리듯 어려운 계산을 척척해내고 화성 축성에 삼각함수를 활용한 수학자였다고 말한다.

어느 날 정조는 다산에게 수원 근처 8개 도시에 심은 나무 숫자를 책 한 권으로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산은 식목한 장부를 수레에 실으니 소가 땀을 흘릴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산은 가로에 12줄(식목 횟수)을 만들고 세로에 8개 칸(나무를 심은 8개 도시)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식목한 나무가 모두 1,200만9,772그루라는 계산이 간단하게 나왔다. 달랑 종이 한 장으로 정리한 것이다.

아쉽게도 전해지진 않지만 다산의 '악서고존'은 음악 이론, 성률, 악기 등의 기록를 고증한 음악 서적으로 알려져 있다. 수학을 잘하는 '뇌섹남'이자 동시에 음악가였던 셈이다. 메모광이라는 점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완전 닮은 꼴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다산의 메모는 그가 유례없는 저술을 남기게 한 비결의 하나이기도 하다.

저자는 다산이 전하는 '공직사회의 성공 비결'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한다. 다산은 총애를 과감하게 거부하고 윗사람의 존경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윗사람의 존경을 받는 비결은 당당하고 떳떳하게 할 말을 하는 데 있다고 다산은 강조한다. 윗사람 앞이라고 주눅들지 말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산이 말한 청렴은 목적이 아니라 통치의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청렴하지 않으면 아랫사람을 다스리는 권위가 서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청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령이 고을을 다스리면서 부하직원인 아전들을 다루는 '통치의 기술'이라는 얘기다. 다산은 큰 욕심쟁이일수록 청렴한 법이고, 비리를 저지르는 이는 작은 욕심쟁이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저자는 다산은 조직관리의 비결로 침묵을 꼽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랫사람의 작은 잘못을 보고도 말 못하는 사람인 것처럼 침묵을 지키고 갑자기 화를 내지 말라는 다산의 당부는 말의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다산이 당시 돈벌이를 하찮게 여긴 다른 선비들과 달리 뛰어난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관직생활을 할 때 양잠 등으로 생활비를 벌어들였기에 틈만 나면 양잠과 특용작물 재배를 해서 돈을 벌라고 강조했다. 다산이 요즘 시대에 살았다면 양잠으로 바이오 대박을 터트렸을지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남존여비의 조선시대에 다산은 여성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옷감 짜는 길쌈을 중단시키자고 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재소자들이 후손을 잇도록 부부관계를 허용하는 '가족 만남의 집'이 도입된 게 불과 23년 전의 일이지만, 이미 200여 년 전에 이런 제안을 했던 인물이 바로 정약용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산이 200여 년 전의 선비가 아니라 현대에 딱 맞는 통섭형 인물이라고 강조한다. 옛 책 속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해야 할 롤모델이라는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 롤모델이 필요하다면 '정약용의 코드'를 하나씩 들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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