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첫걸음을 뗀 '도심융합특구'에 거는 기대

머니투데이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2022.11.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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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중앙대 교수마강래 중앙대 교수


많은 이가 얘기한다. 지방위기의 본질은 일자리 감소고, 그래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쏠린다고. 맞는 얘기다. 하지만 조금 더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최근 지방에선 일자리 감소속도보다 청년인구의 유출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방의 위기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감소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방에 경제특구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보자. 지방에 특구가 부족해서 좋은 일자리가 없는 걸까. 아니다. 지역특화발전특구, 외국인투자지역, 도시첨단산업단지, 국가혁신융복합단지, 연구·개발특구, 경제자유구역 등이 지방 곳곳에 있다. 2022년 현재 전국에 지정된 지구는 무려 800곳 정도다. 이중 상당수가 비수도권에 분포됐다. 그렇다면 왜 이들이 지방의 발전, 더 나가 국토의 균형적 발전에 이바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존 특구의 입지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산업단지는 도시 외곽에 '섬'처럼 존재한다. 이런 곳에 입주하는 기업은 인재를 구하기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도시 외곽에 공장만 잔뜩 모여 있는 곳은 젊은이가 선호하는 곳이 아니다. 혁신인재들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문화, 여가, 교육환경 등이 어우러진 어메니티를 원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대도시를 떠나려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러니 기업들도 이런 인재를 구하기 위해 대도시 거점지역으로 이동한다. 기업이 과거에 비해 인재에 매달리는 것도 이유가 있다. 첨단기업의 경우 가치사슬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통적 제조업에서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제품개발, 브랜드 구축, 디자인, 조립·제조, 유통, 마케팅, 판매·서비스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첨단 IT기업과 혁신기업들의 가치사슬은 각각의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융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기업들은 혁신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더 중히 여긴다. 첨단기업이 혁신인재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수도권을 선호하니 젊은이들도 덩달아 수도권으로 몰린다.



다행히도 이러한 변화 추세에 맞춰 지방을 살리기 위한 '도심융합특구'라는 제도가 도입 직전에 있다. 최근 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까지 마쳤다. 도심융합특구는 이름 그대로 '도심'에 일자리(Work) 정주(Live) 여가(Play) 기능을 섞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공간을 만들고 기업을 유치할 목적으로 조성하는 곳이다. 도심융합특구의 입법방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특구를 지정할 수 있는 대상지를 비수도권만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꾀하려는 뚜렷한 목적을 천명한 것이다. 둘째, 비수도권 중에서도 광역시나 대도시에 지정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성장동력이 둔화하는 지방의 대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성장거점을 구축하려는 시도와 관련 있다. 셋째, 양질의 일자리가 모일 수 있도록 주거뿐만 아니라 유관산업, 문화기능 등이 어우러진 '직주락'(職住樂) 공간의 조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산업 생태계는 다양성이 확보된 재미있는 곳이어야 함을 고려한 것이다.

도심융합특구가 이제 첫걸음을 뗐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설계된 특구라 기대도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올라탄 도심융합특구가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나가 국토의 균형적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의 디딤돌이 되길 희망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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