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법원 "조합의 무리한 요구로 계약해지…100억원 지급하라"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3일 HDC현대산업개발 (15,800원 ▼400 -2.47%)(현산)과 한화건설(현 (주)한화 (25,850원 ▼450 -1.71%) 건설부문)이 제주시 이도주공2·3단지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낸 '시공사지위 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조합이 시공사에 손해배상금 등으로 1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 건설사는 2017년 9월 시공사로 선정됐고 2018년 7월 공사도급 가계약을 맺었으나, 2020년 3월 조합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재판부는 "가계약까지 체결했음에도 조합이 추가로 계약조건 변경 등을 계속 요구하다 끝내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기에 이른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조합이 시공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금은 두 건설사가 주장한 시공이익의 70%인 약 70억원만 인정했다. 입찰 당시 이들이 낸 입찰보증금(대여금) 30억원에 대해서도 법정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붙여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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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은 마감재 수준을 높일 것, 착공일까지 물가변동 조정하지 않을 것, 지질 여건에 따른 공사비 기준을 변경할 것 등을 건설사에 요구해왔다. 재판부는 이같은 계약조건 변경 요구는 계약의 세부사항을 조정하는 정도를 넘어 주요 내용 내지는 조건에 대한 변경을 요구하는 것으로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건설사가 조합의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하며 협의를 시도했으나 조합은 결국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본계약 체결이 무산된 데에는 조합이 무리한 계약조건 변경을 계속 요구한 것이 핵심 원인이 됐다고 보인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특히 건설시장이 좋지 않아 조합과 시공사가 사업을 원활히 꾸려나가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하는 시기"라며 "조합도 갑의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시공사와 윈윈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계약 자체를 해지할 수는 있지만 손해배상 문제가 존재한다"며 "조합 입장에서 금전적 부담이 커지고 결국은 조합원들의 손해로 이어지므로 이런 점들을 숙지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합이 입찰지침서나 계약조건 등을 숙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보통 조합은 정비업체를 통해 입찰지침서 등을 만드는데 세세한 계약 조건을 전부 숙지할 수 없어 조합의 탓만 할 수 없다"며 "정부가 표준 입찰지침서나 도급계약서 등을 마련해 이같은 갈등을 방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