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대용량 이동식 배터리" 미래차 개념 바꾸는 V2L 기술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2.11.2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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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로 전력 공급한 호텔 현대 전경./사진제공=현대차그룹 아이오닉5로 전력 공급한 호텔 현대 전경./사진제공=현대차그룹


자동차 업체들과 각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고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만큼 전기차는 이동이 가능한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이와 관련된 기술로 미국 타임지에서 '올해의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향후 5년간 스쿨버스의 전기화에 6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배기가스 노출로 인한 아이들의 건강 피해를 예방하는 한편 전기차 전력을 가정에서 사용토록 해 전력 공급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스쿨버스가 하루 평균 18시간 주차돼있고, 방학 기간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 만큼 자동차에 저장된 잉여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전기차는 충전만 가능했다. 미국의 스쿨버스 이용계획은 전기차 배터리를 양방향으로 돌려 남은 전기를 집이나 건물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이용하면 에너지 수요가 적은 때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수요가 많은 때 전기차에 남은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일반 가정에서 상당히 오래 쓸 수 있는 양의 전기를 보관하고 있다. 아이오닉 5의 배터리 용량은 77.4 kWh다. 우리나라 가구당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230kWh 가량 임을 감안하면, 전기차 한대로 한 가구가 열흘 가까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을 정도다.



이같은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 V2L(전기차가 외부 전자제품에 교류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수년 전부터 존재했으나 대용량 배터리가 장착된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 적용하고 나선 것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아이오닉5, 아이오닉 6, EV6, GV60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적용됐으며, 이후 G80 전동화 모델, 신형 니로EV 등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더 나아가 지난달 19일부터 5일까지 영국 에식스주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3대를 전력원으로 가동하는 '호텔 현대'를 열었다. 단순히 전자제품을 이용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아예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으로 거주에 필요한 전력 전체를 공급한 것이다. 아이오닉 5 3대 중 1대는 이 콘셉트 호텔의 거주 공간, 1대는 식사를 위한 조리 공간, 1대는 야외 영화관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했고, 호텔이 운영되는 기간 내내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같은 기술이 미래 모빌리티 환경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건물, 가정에서 활용하거나 아예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이를 사용량이 많은 때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전기차가 이동수단이 아니라 이동이 가능한 배터리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때문에 현대차그룹 전기차에 탑재된 V2L은 타임지의 '올해 최고 발명품(The Best Inventions of 2022)' 목록에 올랐다. 타임지는 현대차 V2L 기술에 대해 "아이오닉 5의 내부 전력으로 전기 자전거, 캠핑용 전자기기 외에도 다른 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다"며 "심지어 차량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V2G(전기자동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배터리의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포드와 GM은 전기 픽업트럭에 V2G 기술을 적용했고,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V2G 기능이 탑재된 전기 스쿨버스를 출시했다. 볼보도 최근 양방향 충전 기술이 적용된 SUV EX90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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