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제5회 파워반도체-파워코리아 포럼에서 최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파워(전력)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대한 산·학·연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글로벌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이지만, 후발주자인 파워반도체 부문에서는 다른 국가들과의 기술 격차가 이미 벌어진 만큼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파워반도체 시장은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할 만큼 해외 기업의 과점과 기술 격차가 심하다. 김진섭 KEIT 시스템반도체 PD는 "파워반도체 분야 글로벌 기업은 미국과 유럽, 일본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기술력 부족으로 해외기업이 특허를 선점하고 있다"라며 "기술진입 장벽이 높고 원천특허가 확보되지 않는 등 한계가 있어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실리콘(Si)베이스의 파워반도체보다 효율이 높은 실리콘카바이드(SiC)나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베이스의 파워반도체 개발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갑렬 쎄닉 대표는 "SiC 파워반도체는 높은 에너지 효율로 전체 파워반도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7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늘리는 기업, 발 맞추는 정부…글로벌 시장 도약 나선다주요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모습이다. DB하이텍은 SiC와 GaN 베이스의 파워반도체 공정을 담당하는 상우캠퍼스를 중심으로 25~26년 양산을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전력반도체가 활용되는 HVDC(고압직류송전)를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현대일렉트릭은 전력반도체를 활용한 전력공급 밸류체인 내 전체 전력·배전기기와 에너지 솔루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정부도 지원을 확대한다. 오는 2024년부터 2031년까지 파워반도체 상용화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1000억원 이상의 정부지원 예산을 투입하며, 수요연계 기술개발(400억원)과 소부장 협력사업(2조 3000억원)에도 지원을 계획 중이다. 지난 7월 발표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에도 SiC 파워반도체 관련 정책이 마련됐다.
업계 관계자는 "파워반도체는 에너지 소비 절감의 핵심 부품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부문이지만, 국내 기술은 시스템반도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미 주요 국가들과 기술 격차가 벌어진 만큼 산·학·연이 공동 대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