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 및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침체로 IPO 시장 여건이 어려운 환경"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부경영진 판단,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공모를 철회한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지속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내년 2월 재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예비심사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청구를 철회한 바이오사들도 나왔다. 1월 한국의약연구소, 2월 퓨쳐메디신, 6월 넥스트바이오메디컬, 7월 이뮨메드, 8월 쓰리빌리언이다. 이중 한국의약연구소는 지난달 재도전에 나섰고, 퓨쳐메디신은 코넥스 상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 강행한 기업도 박한 평가에 한숨공모를 강행한 기업들도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결과를 거둔건 마찬가지다. 올해 상장한 바이오기업 10곳 중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에 속하거나(바이오에프디엔씨), 최상단을 뛰어넘는(알피바이오) 회사는 2곳 뿐이었다. 대부분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하단보다 20~30% 낮게 결정됐다. 올 하반기의 경우 에이프릴바이오 (22,650원 ▲1,000 +4.62%) 공모가가 최하단보다 20% 낮은 1만6000원, 샤페론 (6,340원 ▲30 +0.48%)이 39% 낮은 5000원, 플라즈맵 (7,230원 ▲110 +1.54%)이 22% 낮은 7000원, 디티앤씨알오 (5,100원 ▲60 +1.19%)가 23% 낮은 1만7000원, 인벤티지랩 (9,200원 ▲80 +0.88%)이 37% 낮은 1만2000원으로 결정됐다.
작년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지난해 상장한 11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중 연말께 상장한 차백신연구소(10월), 지니너스(11월)를 제외하고 9곳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상단이거나 최상단을 뛰어넘었다. 시장 내 유동성이 풍부했고 코로나19(COVID-19)가 발발하면서 치료제, 백신, 진단키트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이 몰렸던 영향이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공모시장은 '주가수익률 최대 기록→공모주 펀드 설정액 확대→연간 공모확정가 강세→주가수익률 하락→공모주 펀드 설정액 축소→공모확정가 약세' 흐름을 보인다. 국내 증시 침체와 맞물려 주요 바이오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작년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9년 말 669.83이던 코스닥 지수는 2021년 1000까지 치솟았다 하락 전환했으나, 여전히 2019년 말보다 높은 수준(21일 718.57)을 기록 중이다. 반면 KRX헬스케어 지수는 2019년 말(2915.31)보다도 현재(2739.93)가 낮다.
문제는 이러한 냉각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IPO는 바이오사들이 연구비용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중요 창구로, VC(벤처캐피탈) 투자를 이끌어내는 중요 요인이기도 하다. 이미 투자한 바이오사가 상장을 못하면 투자금 회수를 못하고 자금이 묶인다. 이에 IPO가 어려워지면 VC들이 바이오사에 선뜻 투자하기가 어렵다. VC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바이오업계에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제 기업들도 낮아진 기업가치를 받아들이고 그동안 취해온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 생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