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관계자는 "미상환이 발표된 이후 해외 투자자 일부가 보유하던 (흥국생명) 채권을 헐값에 던지면서 장외에서는 최대 할인율 28%에 딜(거래)이 이뤄진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이 이 영구채를 발행한 2017년 무디스는 흥국생명에 Baa1, 발행 예정이던 신종자본증권에 Baa3 등급을 부여했다. A등급 아래인 B등급부터는 투자 주의가 필요하지만 대체로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4회차 영구채 3억 달러 발행에 8% 이상의 금리를 줘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미상환을 결정했다. 4.47% 외표채가 패널티 금리로 6%가 되더라도 신규 발행물보다 싸게 먹힌다고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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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를 고려한 이 결정은 이후 한국물 전체 시장에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높였고, 업계 상위사인 한화생명보험 등은 물론 대형 금융지주사 전체에도 해외자금조달 문제를 가져왔다.
국내시장에선 연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비상대책 회의가 벌어졌는데, 이 상황에서 숨은 승자는 현실을 역으로 판단한 기민한 고액자산가들이었다. 한국 정부가 비상대책으로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본 자산가들은 오히려 한순간에 정크본드가 된 흥국생명 영구채를 구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큰 물량을 거래하기는 녹록지 않았기 때문에 자산가들은 PB(프라이빗뱅커)를 통해 거래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외표채 원금 미상환 발표 후 파장이 커져 금융당국 압박이 거세어지자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대주주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증자)에 나서 상환권(콜옵션)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채권을 발행가 100을 기준으로 72% 수준에 매입한 투자자는 표면금리 4.47%를 더해 약 45%의 수익을 얻어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가들이 국내외 PB를 통해 (흥국생명 영구채) 물량을 가진 이들을 수소문했는데 미래에셋증권PB 일부가 거래선을 중개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상환 리스크가 상존했고 영구채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를 감수하고 매입한 이들은 40% 이상의 수익률을 약 일주일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