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메리츠화재·증권, '깜짝' 상장폐지 결정…왜?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2.11.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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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지주 사옥 전경/사진=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금융지주 사옥 전경/사진=메리츠금융지주


실적 탄탄대로를 걷던 메리츠화재 (51,600원 ▼2,700 -4.97%),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이 '깜짝' 상장폐지를 발표했다. 모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 (77,800원 ▲300 +0.39%)에 완전자회사로 편입돼 자본 재분배와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 한다는 취지다. 자본 확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시너지를 통해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효과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메리츠화재·증권에 대한 포괄적 지분인수 결정의 이유로그룹 내 효율적인 자본 재분배를 첫 손에 꼽았다. 현재는 3개사 모두 상장사이기 때문에 자본을 이동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자본 배분 결정이나 계열사 임직원 간 의사소통에 시간이 지연돼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친 경험이 있다"며 "최근에는 경영 환경이 굉장히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투자 기회가 좀 더 극대화되는 현상이 있어서 비효율을 제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업 기회 확대 뿐 아니라 자본 확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포석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신지급여력제도 킥스(K-ICS)의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고, 메리츠증권은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IFRS17 시행에 대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단기 자금시장이 막혀 비상인 상황"이라며 "메리츠화재도 PF 자산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최근 금리인상과 단기자금 경색인 상황에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모기업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 재무건전성 확보에서 상당히 유리해진다"고 덧붙였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노린다는 포석도 있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상반되게 반응한다"며 "메리츠화재는 금리가 오르면 실적이 좋고, 메리츠증권은 금리가 내리면 실적이 양호하기 때문에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 개선된 경영 효율로 두 회사의 당기순이익 기대값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각각 업황부진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6% 오른 260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5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 역시 7.7% 늘어난 8234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KB금융지주도 지난 2016년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이후 KB금융지주의 연결기준 순자산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개선되며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데 효자 노릇을 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자산운용,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등 4개 계열사를 보유 중이다. 메리츠화재는 메르츠코린도보험을,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캐피탈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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