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35억 '현금 직거래'...초고가 아파트 사들이는 30대 '영리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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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보장 직거래 선호...안정적 관리 위해 매입 후 신탁

한남대교 남단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사진제공=뉴스1한남대교 남단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사진제공=뉴스1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했지만 사업이나 투자에 성공한 젊은 자산가(영리치)들은 벌어들인 돈을 시세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대출이 필요한 일반 아파트는 금리인상 여파로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100억 넘는 초고가 아파트 주인 알고보니...30대 영리치 수두룩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거래된 아파트 중 두 번째로 비싼 135억원에 팔린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5층) 매입자는1990년생 A씨였다. A씨는 지난 4월에 계약하고 8월에 등기를 마쳤다. 매입 전 인근 고가 단지인 '한남더힐'에 거주했던 그는 주택 매입 자금을 전액 현금으로 냈고, 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를 선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같은 건물 4층 전용 268㎡가 117억원에 팔렸는데, 매수자는 1985년생 B씨였다. 그 역시 A씨처럼 직거래로 집을 샀고, 전액 현금을 치렀다.

2020년 6월 준공한 파르크한남은 유엔빌리지 한강변에 지하 6층~지상 6층 1개 동, 전용 239~270㎡ 16가구로 조성된 최고급 빌라다. 지난해 10월 BTS(방탄소년단) 제작자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전용 268㎡(2층)을 108억원에 매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싸이, 태양 등 유명 연예인도 거주 중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88억원에 팔린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217㎡(42층) 매수자는 1983년생 C씨였다. 그는 전액 현금을 냈지만 중개거래를 선택했다.

올해 최고가인 145억원에 거래된 강남구 청담동 'PH 129' 전용 273㎡(16층)은 매입한 소유주는 별도 등기를 하지 않고 이 건물 시행사에 위탁 관리를 맡겼다. 현재 전세 보증금 100억원을 낸 세입자가 거주 중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 129' 전경. /사진제공=뉴스1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 129' 전경. /사진제공=뉴스1
재벌, 기업가, 연예인 전유물이었던 초고가 주택…코인·주식 투자 성공 영리치로 수요 확대
이런 초고가 주택들은 근로소득을 모아서는 억대 연봉으로도 살 수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런 주택들은 재벌, 기업가,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이 확산하고 코인, 주식 등 자산 투자 및 유튜버 등 단기간에 큰 돈을 벌게 된 영리치들이 많아져 초고가 주택 수요층도 예전보다 늘어났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창업에 성공했거나 저금리 시기에 가상화폐(코인), 주식 시장에서 단기간 큰 돈을 벌게 된 젊은층이 이익금 상당액을 부동산으로 재투자한 사례가 많다"며 "특히 대외 여건에 민감도가 낮은 용산, 강남 일대 초고가 주택을 안전 자산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매수자들은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얼마되지 않아 다시 법인에 신탁재산으로 맡긴다. 예전에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절세 전략이었다. 하지만 세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신탁자산도 종부세 합산 대상에 포함돼 실효성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신탁을 선택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자산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관리신탁 재산은 명의가 신탁사여서 압류와 가압류, 근저당 등 재산권 제한 조치가 불가능하다"며 "사업이나 투자는 미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적어도 그동안 이익으로 확보한 부동산 자산은 안정적으로 지키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금리인상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분양 시장이 침체된 것과 달리 초고가 아파트 분양 실적은 준수한 흐름을 이어간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 공급한 '워너청담'은 최고 350억원대 분양가에도 모두 새주인을 찾았고, 역삼동에 공급한 100억원대 펜트하우스도 모두 계약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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